매일 밤 9~12시 마을 살펴
결성한 뒤 사고 한번도 없어

나고 자란 고향 마을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한 청년이 있다. 하남시연합자율방범대 춘궁지대에서 조직부장을 맡은 김봉석(36)씨. 김씨는 10여년 전 대학졸업 후 첫 직장이었던 서울의 한 관광버스회사를 다니고 있다.
그는 매일 회사에서 퇴근했지만 다시 마을방범대로 출근하는 이중생활(?)을 하고 있다. 밤 9시부터 자정까지 마을 곳곳을 둘러보는 것으로 하루를 마감한다. 김씨를 비롯한 청년대원들이 마을주민들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김씨는 2015년 11월 자율방범대 춘궁지대 결성을 이끈 이후 고향 선후배들과 3년 넘게 매일 마을 구석구석을 누빈다. 김씨는 "대대로 살아 온 마을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나 고민한 끝에 마을의 안전부터 챙겨야겠다고 생각했다"며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그랬듯, 세 살 된 딸에게도 좋은 환경을 물려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할머니와 함께 한 집에 4대가 살고 있다. 아버지, 할아버지가 모두 김씨의 고골초등학교, 남한중학교 선배다. 마을에 대한 애착이 남다른 이유다.

그는 처음 선배 9명과 방범대를 결성했다. 현재 43명의 대원들이 마을의 안전을 책임진다. 대원들 중에는 20대도 여럿 있을 정도로 선후배들의 고향사랑은 두텁다. 대원들의 관할은 춘궁동을 중심으로 한 9개 마을이다. 현재 9개 마을에 주민 3750명이 거주하고 있다.

방범대 결성 이후 단 1건의 불미스러운 일도 발생하지 않았다. 마을 주민들은 자식·형제와 같은 대원들에 늘 감사를 표하고 있다. 김씨는 "시에서 경차를 지원해줬지만 경사지가 많은 마을의 순찰을 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대원들이 낸 비용에 마을주민들이 힘을 보태 SUV 차량을 구입했다"며 감사를 표했다.

김씨와 대원들의 고향사랑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지난 가을에는 마을 어르신 장모(73)씨의 집을 대대적으로 수리해줬다. 도배와 장판 교체는 물론 집정리까지 해줬다. 또 덕풍천 등 마을하천과 골목 청소도 열심이다.

김씨는 "지금은 마을 구석구석을 훤히 들여다볼 정도여서 늦은 시간 주민을 위한 귀가서비스도 병행하고 있다"며 "아쉬운 점은 농촌마을이다 보니 보안등이 없는 골목들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김씨의 고향 춘궁동은 광주향교와 남한산성으로 유명하다. 또 동사지 3층 석탑과 5층 석탑, 마애약사여래좌상 등 보존가치가 높은 다수의 문화재가 보존되고 있는 역사유적지이다. 춘궁동은 조선시대부터 일컬어 오던 춘장동(春長洞)의 춘자와 궁말(宮村)의 궁자를 합쳐 만든 명칭으로 상사창동, 하사창동, 항동, 교산동을 관장하는 행정동명을 겸한다. 춘궁동은 궁안, 춘장, 버구리, 선산동의 자연부락으로 이뤄져 있다.

/하남=정재석 기자 fugoo@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