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재경 논설위원

설날은 음력으로 새해 첫날이다. 묵은 해를 보내고 새해 첫날인 설은 우리 민족 최대 명절 중 하나다. 설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설은 각자 바쁜 일상에 쫓겨 평상시 보기 힘든 가족들이 올 들어 처음으로 한 곳에 모이는 계기가 된다. 세대와 각자가 살고 있는 지역, 직업을 떠나 모처럼 어울리는 자리다. 나만을 생각하는 이기심에서 벗어나 그 동안 잊고 지냈던 서로가 소중한 존재임을 느끼는 시간이다. 모처럼만의 가족과의 설 밥상머리 대화는 각자의 다른 생각, 다른 처지를 인정하는 따뜻한 포용과 소통의 자리도 된다.
정치권에서는 설이나 추석과 같은 명절을 '민심의 용광로' 라고도 한다. 세대와 지역을 뛰어넘은 개개인의 의견이 한데 어우러졌다가 새로운 민심으로 만들어져 시간과 공간을 넘어 다시 퍼져나가기 때문이다. 민심이 만나는 명절을 앞뒤로 대통령과 정당들의 지지율은 출렁이기 일쑤다. 여야 정치권은 설 밥상머리 민심을 잡기 위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올 설 밥상머리에 모인 가족들은 어떤 이슈로 이야기꽃을 피울 것인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갑론을박을 불러일으킬 키워드는 무엇일까? 지난 추석 밥상머리 화두는 '평화'와 '경제'였지만 결론적으로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평양 정상회담이 '블랙홀'이 되어 모든 이슈를 빨아들였다. 올 설 밥상머리 주제는 단언컨대 '경제'일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먹고 사는게 녹록하지 않기 때문이다. 저소득층의 주머니를 든든하게 채워주겠다는 최저임금 인상 중심의 소득주도성장 등 현 정부의 경제정책은 작년 2.6%라는 낮은 경제성장률과 22.8%라는 사상 최고치에 이르는 체감실업률을 기록했다. 경제 약자를 더욱 궁지로 몰아넣는 결과를 낳고 있다. 주변국과의 사이도 멀어지고 있다. 이웃 일본과의 갈등은 갈수록 심화되고 동맹 미국과는 방위비분담 문제를 놓고 삐거덕거리고 있다. 제대로 굴러가는게 하나도 없다.

이번 주말부터 설 연휴가 시작된다. 여야는 조금 있으면 너나 없이 모두 약속이나 한 듯 전통시장을 찾아 손을 내밀 것이다. 안 봐도 뻔하다. 팍팍해진 경제 사정으로 싸늘해져버린 민심을 확인하는 데 그칠 것이다. 정치는 민심을 거스를 수도 없고 거슬러서도 안된다. 청와대와 여야 정치권 모두 이번에는 설 연휴 민심을 제대로 파악해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고 변화하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