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진 인하대 언론정보4


우리는 노인을 삶의 지혜가 풍부한 어른으로, 항상 배려하고 공경해야 하는 존재라고 배웠다. 하지만 최근 인터넷에서 노인을 비하하는 신조어들이 생겨났다. 부정적 의미의 충(蟲)을 붙여 '노인충', '틀딱충', '연금충' 등으로 폄하하며 젊은이들 사이에서 노인은 부정적인 대상으로 인식되고 있다. '꼰대', '노땅'처럼 고지식하고 소통이 되지 않는 노인을 돌려 말하는 단어는 있었지만 노인을 대놓고 비난한 적은 없었다.
젊은 세대들의 노인 혐오가 극심해진 이유는 무엇일까. 일부에서는 젊은 세대가 노인들과 일자리 경쟁을 해야 한다는 불안감과 고령화 사회에서 노인을 부양해야 한다는 부담감에서 기인한 결과라고 말한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이것이 젊은 세대가 노인들을 혐오하는 이유의 전부라고 볼 수는 없다.
근본적인 원인은 일상생활에서 겪는 노인들의 상식 밖의 행동과 막무가내 태도가 노인을 공경의 대상이 아닌 혐오의 대상으로 전락시켰다.

지하철에서 새치기를 하며 줄 선 사람들을 밀치고 열차 안으로 들어가는 노인들을 보면 타는 사람도, 내리는 사람도 모두 불쾌한 상황이 연출된다. 기어코 일반석 한 줄을 다 차지한 할머니들은 큰 목소리로 수다를 시작한다. 자리를 비어주지 않으면 욕부터 하는 노인들도 있었다. 양보할 틈도 없이 젊은이에게 대놓고 호통을 치기도 한다. 몇년 전, 임신한 여성이 노약자석에 앉았다는 이유로 폭행을 당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젊은 세대가 노인들을 부정적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장유유서가 삼강오륜에서 정한 도덕적 가치이고, 전통적인 유교사회에서 나이 많은 사람이 젊은 사람에게 과하게 행동하는 게 뭐가 문제냐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이 나이 들어 일탈이 합리화된다면 미래 사회는 절망이다. 그래서 요즘 '선배시민'의 역할을 강조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물론 모든 노인이 상식 밖의 행동을 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노인을 보고도 자는 척을 하거나 고개를 돌리며 자리를 양보하지 않는 젊은이들도 존재한다. 그렇다고 이들을 향한 노인들의 무차별적인 언어폭력과 횡포는 정당하게 보이지 않는다.
노인들의 매너 없고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상식을 벗어난 행동들을 한번쯤 경험했거나 목격했을 것이다. 이러한 일들이 일상생활에서 빈번하게 발생해 사회적 문제가 된다면 더 이상 젊은 사람들에게 노인을 사회적 약자로 인식하고 배려하고 공경의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는 가르침은 통하지 않는다.
세대 간 가치관이 다르고 급격한 사회환경의 변화에 따라 경쟁사회, 개인주의 사회의 속성이 발달했다. 어른이라는 이유로 품위 없이 배려와 대접을 강요하는 노인은 혐오의 대상이 되기 쉽다.

젊은 세대의 노인 혐오 현상 등은 세대통합의 지혜가 발휘될 때 확대되는 세대 간 간극을 줄여나갈 수 있겠다. 노인들이 상하관계를 중요시하는 전통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젊은 세대를 포용하는 선배시민으로서 사회적 품격의 모범이 되길 기대한다. 노인공경을 학습한 젊은 세대와 공존 가능한 갈등 없는 사회는 세대 서로가 보듬고 가야 할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