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체육회, 박남춘 회장 임기 2020년 2월로 연말까지는 선거 마무리해야
민간인 회장일 경우 시도지사 회장 때처럼 안정적 예산확보 가능할지 미지수






박남춘 인천시체육회 회장(인천시장)은 지난 23일 '사무처장 임명동의안' 등을 처리하고자 열린 이사회에서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다.

이사회 의장으로서 이날 회의를 이끈 박 회장은 폐회 선언 직전 순서인 기타토론 때 "여러분들도 아시다시피 시·도지사의 체육회장 겸직을 금지한 법이 통과됐다.

이런 사정에다 시장으로서 바쁜 일정을 소화하다보면 앞으로 이사회 등 체육회 행사에 내가 참석하지 못할수도 있다. 이 점 너그럽게 양해해주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당시 박 회장의 발언은 현장에서 크게 화제가 되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건국 이후 처음 민간인 체육회장 체제를 꾸려가야 하는 체육인들에게는 복잡하고 미묘한 파장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2020년부터 적용되는 이 법이 우리나라 체육계에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지난해 말 겸직금지 법안 통과

국회는 지난해 12월 27일 지방자치단체장의 체육단체장 겸직을 금지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선거 때마다 지방 체육회 등이 특정 후보의 선거조직으로 악용된다는 지적에 따라 정치와 체육의 분리 원칙을 반영했다는 게 국회의 입장이다.

하지만 '이미 오래 전 체육단체의 장을 겸직할 수 없게 된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의 잠재적 경쟁자인 자치단체장들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일정하게 담겼다'는 지적도 정치권 안팎에서 꾸준히 나왔다.

이처럼 여야를 떠나 국회의원이라면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사안이었기 때문에 비교적 쉽게 본회의를 통과했다는 분석도 있다.

여기에 최근 인천의 사례처럼 지방선거를 통해 정권교체가 이뤄진 지역에서 발생한 신·구 정권의 볼썽사나운 갈등도, 국회에 명분을 실어주며 한 몫했다는 평가다.

바뀐 법은 2020년부터 적용된다.

2016년 체육회 통합 이후 광역자치단체 체육회 임원(회장 포함)의 임기가 모두 2020년 2월까지라는 점을 고려한 결정이다.

이 때문에 최근 임명된 곽희상 신임 사무처장의 임기도 1년 남짓한 2020년 2월까지다. 따라서 인천시와 인천시체육회는 그 이전에 새로운 회장을 뽑는 선거를 마무리해야 한다.

회장은 규약에 따라 회장선출기구에서 뽑아야 한다. 이 경우 체육회는 선거인단의 구성, 선거절차 등에 관한 사항을 정관 및 회장선거관리규정을 준용해 별도로 정하되, 대한체육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 때 소재지 관할 선거관리위원회에 위탁해 선거를 진행할 수도 있고, 직접 선거관리를 하고자 할 경우엔 공정성을 확보하고자 중립적인 인사로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외부 위원이 ⅔ 이상)해야 한다.

새로운 회장이 뽑힌 후에야 사무처장 등 후속 인사를 진행할 수 있어, 선거는 늦어도 2019년 말까지 치러져야 한다.

이 경우 시·도지사와 가까운, 시·도정 철학을 공유하는 체육계 인물이 단독 후보로 나서 무난히 당선 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지만 변수도 꽤 많다.



▲체육계 불안감 속 "결국 적응해야"

민간인이 후보라, 자격만 갖췄다면 누구라도 나설 수 있어 정권 내부에서 정리가 안되면 경선이 치러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기에 정치적으로 반대 입장을 가진 인물이 과감하게 도전장을 내밀 수 있다.

또 시·도지사와 사이가 좋던 당선인이 시간이 지나 단체장과 심하게 멀어질 수 있다.

체육인들이 이런 다양한 상황을 상정해가며 민간이 체육회장 체제에 대해 걱정을 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예산 때문이다.

한마디로 민간인 회장 체제에서도 시·도지사가 회장을 할 때처럼 안정적으로 예산을 확보할 수 있는지 확신이 없는 것이다.

인천의 실업팀은 포스코에너지(탁구), 현대제철(여자축구) 등 극히 일부를 제외하면 대부분 인천시청(14종목 15개 팀/올 해 예산 약 85억원) 또는 인천시체육회(11종목 14개 팀/올 해 예산 약 53억원) 소속이다.

이 때문에 인천시가 재정을 뒷받침하지 않으면 실업팀은 장기적으로 존폐의 기로에 설 수밖에 없고, 결국 지역 엘리트 체육의 근간은 흔들리게 된다.

그동안은 시·도지사가 당연직으로 체육회장을 맡았기 때문에 체육을 지원하고 육성하는 것이 일종의 의무라고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민간인 회장 체제가 들어서면 시·도지사와 회장의 관계에 따라 예산 지원 여부 및 규모가 들쑥날쑥 할 가능성이 크다.

극단적으로 시·도지사와 민간인 회장의 관계가 틀어져 예산 확보 및 집행에 오랜시간 어려움이 생기면 운동부가 계속 존재할 수 있을 지 장담할 수 없다.

체육인들이 미래에 대해 막연히 불안감을 느끼는 이유다.

한 체육계 인사는 "지금 제도 아래에서는 향후 극단적인 상황이 발생해 인천시가 체육 예산을 확 줄이거나 끊어도 이를 막을 방법이 없다. 반드시 개선이 필요한 지점이다. 또 시장이 체육에 관심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예산 확보가 쉬울 수도, 너무 어려울 수도 있다. 이 경우 민간인 체육회장이 어디까지 감당하고 책임질 수 있을 지 모르겠다. 이 모든 것이 우리에겐 스트레스"라고 말했다.

이런 인식이 체육계 다수지만 한편에서는 "멀리보면 이 방향이 맞다. 당장 불안할 수 있지만 체육계가 거듭나는 계기로 삼아야한다. 결국 체육인 스스로 적응하고 극복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종만 기자 malem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