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유지라 국방부와 계약했으나 '지장물 철거' 통보
보상도 없어

지난 2016년 7월 문모(50)씨는 인천 부평미군기지(캠프마켓) 인근에서 식당을 문 열며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국유지인 까닭에 국방부와 민간 임대 계약도 맺었다. 불과 4개월 만에 날벼락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도로 공사가 시작되니 계약 연장이 안 된다는 통보였어요. 대출받고 지인들 도움으로 4억여원을 쏟아부은 가게였습니다."

문씨 식당은 갑작스럽게 '위반 건축물' 신세가 됐다. 무단점유 변상금을 내며 장사를 이어오던 문씨는 최근 인천시로부터 자진 철거 통보를 받았다. '도로 개설 구간 지장물은 보상 대상이 아니다'라는 내용도 담겼다.

23일 시 자료를 보면 시와 국방부는 그해 말 국방부 토지의 민간 임대를 종료하고 이듬해부터 지장물을 철거하기로 협약을 맺었다. 장고개길 3차 구간 2공구 도로 개설 때문이었다. 장고개길은 산곡4동 주안장로교회부터 캠프마켓을 가로질러 산곡동 제3보급단으로 연결된다. 이 가운데 캠프마켓이 포함된 3-2공구는 660m 길이다.

2022년 반환이 예정된 캠프마켓을 제외하면 현재 공사가 가능한 구간은 250여m에 그친다. 국방부가 소유한 공사 예정 부지에선 문씨 식당을 포함해 공장, 카센터 등 13개 업체가 운영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씨는 "영업을 시작할 때는 공사가 진행된다는 사실을 몰랐다"며 "캠프마켓에 막혀 당장 뚫리지도 않을 도로 때문에 가게가 철거될 상황"이라고 말했다.

2015년 무렵 카센터를 인수한 김모(33)씨 사정도 다르지 않다. 김씨는 설비 투자금을 포함해 2억여원을 들여 카센터를 열었다. 당시 도로 공사 여부도 알지 못했다.

김씨는 "국방부는 임대료만 밀리지 않으면 영업에 지장이 없다고 했는데 3년 만에 쫓겨나게 생겼다"고 말했다. 국방부 주한미군기지이전사업단 관계자는 "인천시로부터 도로 사업 계획을 전달받은 시점이 2016년 11월이었다. 계약에 따라 사용 허가가 만료된다고 안내했던 것"이라고 했다.

장고개길 3-2구간 공사에 착수한 시는 보상 절차를 밟고 있다. 상반기에는 공장·식당 등을 비롯한 지장물 39동을 철거할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도로 개설에는 적어도 2~3년이 걸리기 때문에 캠프마켓 반환을 앞두고 현 시점에서 사업이 진행돼야 한다"며 "법적인 측면에서 국유지를 무단점유한 지장물에 대해선 보상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