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서 건진 보물들, 서해 중심 인천서 보고싶다
▲ 영흥도선에서 발굴된 철제솥.

▲ 대부도선에서 발굴된 도기들.

▲ 태안선에서 발굴된 청자 연꽃줄기 무늬 매병과죽찰.

▲ 국립태안해양유물전시관 관람객들.

▲ 태안선에서 발굴된 청자 두꺼비 모양 벼루.


서해 뱃길, 수중고고학 보물창고
신안선 유물 2만여점 1976년 발굴
목포보존처리장 열어 관리·보존
現 해양문화재연구소 … 연구 전담

2007년 태안서 난파선 5척 발견
태안해양유물전시관 작년말 개관
영흥도선 철제솥·대부도선 도기
인천·경기지역 해양유물도 전시

국립인천해양박물관 건립 시급
부지 월미도 … 내항 옮겨야 주장
도예타조사중 … 내달 사업추진 결정



인천 앞바다에서 발굴된 수중 유물을 보기 위해 인천에서 자동차로 2시간을 달려갔다. 지난해 12월 새롭게 문을 연 국립태안해양유물전시관에서는 개관기념으로 '서해와 수중 문화재', '바다에서 찾은 고려의 보물들' 등 2건의 전시회를 열고 있다. 충남 태안 안흥항을 마주보며 건립된 태안전시관은 인천과 경기, 충남의 수중 유물을 보존·관리·전시하기 위해 건립된 곳이다. 인천의 해양박물관 건립사업이 지지부진한 사이 충남 태안은 이미 해양유물전시관을 건립해 서해안 해양유물 중심지를 선언한 셈이다.


인천·경기·충청 등 서해안 해양유물 중심지로 떠오는 충남 태안

국내에서 지금까지 수중발굴을 통해 건져 올린 수중문화재는 난파선 14척을 포함해 10만여 점에 달한다. 이 중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5만여 점의 유물을 국가문화재로 등록해 소장·관리하고 있다.

우리나라 수중고고학은 1976년 한척의 배와 2만3000여 점에 이르는 유물을 건져 올린 신안선 발견으로 싹텄다. 신안선은 고려와 중국 원나라, 일본은 잇는 국제 무역선으로 수많은 도자기와 동전 등 엄청난 유물이 쏟아져 나왔다.

이를 계기로 1981년 목포에 목포보존처리장이 문을 열었고, 현재의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로 성장해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수중문화재 조사 연구 활용을 전담하고 있다.

신안선 발굴 이후 40여 년간 수중 발굴은 서해에서 주로 이루어졌다. 이는 중요한 뱃길이 서해에 위치한 사실을 말해준다. 그러나 서해는 복잡한 해저 지형과 연중 안개가 끼는 기후의 영향으로 늘 침몰의 위험이 도사리는 곳이었고, 실제 수많은 배가 바다 속에 가라앉았다.

하지만 서해에 발달한 개흙이 배와 유물을 덮어주어 침몰 당시의 모습이 그대로 간직되면서 서해는 수중고고학의 보물창고로 재탄생되고 있다.

특히 2007년 태안 대섬과 마도 앞바다에서 5척의 난파선과 2만8000여 점의 유물이 발견되면서 태안이 수중발굴의 새로운 중심지로 떠올랐다.

충남 태안에서 이처럼 많은 수중 문화재가 쏟아지자 신속한 보존·관리 문제가 대두됐다. 이에 서해중부해역의 수중발굴조사과 수중문화재를 관리하는 거점시설의 건립이 추진되었고, 지난해 12월 국립태안해양유물전시관이 문을 열었다.

이번 전시도 대부분 태안 앞바다에서 발굴된 것들이다. 특히 고려청자가 대량으로 발굴됐다.

마도 1호선에서 발견된 청자상감주자를 통해 13세기 이전 우리나라의 독창적 도자 제작기술인 상감기법이 이미 본격적으로 사용되고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태안선에서 발굴된 보물 제1782호인 청자 두꺼비모양 벼루는 지금까지 보고된 바 없는 희귀한 작품이다. 또 마도 2호선에서 발굴된 보물 제1784호인 청자 연꽃줄기 무늬 매병과 죽찰은 고려시대 최고 권력기관인 중방 도장교 오문부에게 꿀을 담은 단지를 보낸다는 죽찰이 매병 목에 달려 있어 귀중한 자료로 평가된다.

이들 청자는 대부분 강진, 부안 등 호남지역에서 12세기에서 13세기 제작된 것들로 궁궐, 사찰용으로 사용되는 최고급품에서부터 일상생활용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충남 태안에 전시된 인천·경기 해양 유물들

'서해와 수중 문화재' 전시회에서는 인천 유물도 다수 전시돼 있다.

2층 전시실에 들어서 신안선과 마도선, 태안선 유물들을 지나면 안쪽 홀에 인천 영흥도선에서 발견된 유물 수십 여점이 전시돼 있다.

영흥도선은 국내 바다에서 발굴된 배 중 그 시기가 가장 앞서는 8세기 후반에서 9세기 초 통일신라시대 건조된 배인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010년 한 스쿠버다이버의 신고로 철제 솥 등이 실린 영흥도선과 주변에 흩어진 청자 등이 발견됐다.

영흥도 주변 바다는 예로부터 여러 항로가 지나는 곳으로 조류가 강하고 암초가 많아 항해가 매우 어려운 곳이었다. 아쉽게도 영흥도선은 여전히 목포의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에서 보존처리작업을 하고 있어 이번에 볼 수 없었다.

대신 영흥도선과 함께 발견된 철제 솥과 고려청자 등이 전시돼있다. 지금까지 수중 발굴된 배에서 발견된 철제 솥이 대개 선원들의 생활공간에서 한두 점 정도만 발견되었던 반면, 영흥도선의 철제 솥은 대부분 겹쳐진 상태로 12점이 발견됐다. 팔기 위한 상품으로 추정된다.

발견 당시 이들 철제 솥은 선체를 누르고 있었다. 조류가 강한 곳에서 1000년 넘게 배 흔적인 남아 있었던 가장 큰 이유가 바로 무게가 상당한 이들 철제 솥이 배 선체를 누리고 있어 윗부분은 대부분 조류에 휩쓸려 없어졌지만 배 밑부분은 철제 솥과 함께 그대로 남아 있을 수 있었다. 전부 다리가 없고 바닥이 넓은 부 형태다.

이와 함께 경기도 대부도 인근에서 발굴된 대부도 1호선 유물도 전시 중이다.

지난 2006년 대부도 서북쪽 해안의 속칭 '사갯개'라 불리는 곳에서 조개를 채취하던 마을 주민이 선체 잔해로 보이는 목재 편들이 갯벌 위해 노출되어 있는 것을 발견하고 신고했다. 12세기 말에서 13세기 초에 운항된 작은 배로 유물이 전혀 남아 있지 않았고, 고려시대의 기와 편과 도기편, 청자와 백자편만 주변에서 발견됐다.

2014년 대부도 인근 해안에서 낙지잡이를 하던 주민이 발견한 대부도 2호선 유물도 볼 수 있다. 배는 12세기 후반에서 13세기 초 침몰된 고려시대 배로, 작고 날렵한 형태를 가지고 있었고, 개흙에서 발견되는 다른 배와 달리 뱃사람의 생활용품으로 보이는 유물이 40여점이나 함께 있었다. 배 아래에서는 붉은 과육을 간직한 곶감이 꼬치 그대로 발견되었는데 감의 향기까지 간직하고 있어 모두를 놀라게 했다.


인천·경기 해양유물 담을 국립인천해양박물관 건립 시급

바다의 중요성은 계속 커지고 있다. 바다를 활용한 시설도 곳곳에 들어서고 있다.

부산의 국립해양박물관과 충남 서천의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은 이미 운영 중이며, 경북 울진의 국립해양과학교육관과 충북 청주의 해양과학관 건립사업도 진행되고 있다. 여기에 전남 목포의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와 이번에 새롭게 건립된 충남 태안의 국립해양유물전시관은 해양유물 보존·전시의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서해안 중심도시인 인천에는 아직 이런 시설이 전무하다.

2500만 수도권 주민이 이용할 수 있는 해양문화 체험 및 교육 시설인 국립인천해양박물관 건립사업이 시급한 이유다.

중구 북성동 월미도 갑문매립지에 건립될 예정인 해양박물관은 2만7000㎡ 부지에 지하1층 지상 4층에 연면적 1만6938㎡ 규모로 추진되고 있다. 시는 2016년부터 건립을 추진해 그동안 사전 타당성조사 용역 완료, 시민 100만 명 서명운동 전개,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조사 착수, 해양유물 수집을 위한 협약체결 등을 순서대로 진행해 왔다.

현재까지는 건립사업에 파란불이 켜져 있다. 인천시와 지역 정치권의 노력으로 올해 정부예산에 설계용역비 16억 원도 반영돼 있다.

현재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가 진행 중이며 빠르면 2월 중으로 사업추진여부가 판가름 날 전망이다.
시 관계자는 "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면 해양박물관 건립을 위한 구체적인 작업에 들어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아직 난관은 남아 있다. 기획재정부에서 예비타당성 조사를 벌이며 인천시에 추가 자료를 요구하는 등 마냥 분위기가 좋은 것만은 아닌 상황이다.

특히 월미도 부지에 대한 교통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인천 내항 1·8부지 재생사업 부지에 해양박물관 건립계획이 포함되면서 교통이 편리하고 향후 확장성이 뛰어난 내항부지로 옮겨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안병배 인천시의회 제2부의장은 "국립인천해양박물관 건립은 시급한 지역 현안"이라며 "부지 선정 등에 아쉬움이 있지만 해양박물관 건립이 가시권에 들어온 만큼 마지막까지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남창섭 기자 csnam@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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