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수 논설실장

 

대한민국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는 아이 수)이 사상 처음으로 1.0명 미만으로 내려앉았다. 18일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이 0.96~0.97명 수준에 그칠 것이 확실시 된다"고 밝혔다. 부부 한 쌍이 아이를 한 명 정도도 낳지 않는 시대다.

세계 인구는 2050년까지 계속 늘어날 추세다. 지난해 세계 평균출산율은 2.45명을 유지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점차 줄어들어 세계인구 77억명은 92억명을 정점으로 감소세로 돌아설 전망이다. 인류가 호모사피엔스로 정착해 농경과 목축으로 자생을 시작한 1만년 전의 지구 인구는 500만명 정도로 추정된다. 예수가 탄생한 서기 1년의 인류는 2억5000~3억명이었다. 산업혁명 직후 19세기 초반 10억명에 도달했다. 인구는 완만하게 증가해 왔지만 최근 50년 동안 2배 이상으로 급속히 증가했다. 1974년 40억명이던 세계인구는 2024년 80억명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최근 저출산의 위기로 인구증가 효과가 종착역에 왔다. 18세기 막바지서 인구증가를 우려한 맬서스가 다시 태어난다면 인류 생존에 필요한 식량 걱정을 덜 수 있었을 것만 같다. '인구론' 후 불과 200년이 지난 시점에서 인구감소와 고령화를 걱정하는 반전의 시대로 접어든 셈이다. 20세기 말, 지식사회를 예견한 피터 드러커는 21세기 '넥스트 소사이어티'의 주요 현안으로 저출산·고령화를 지목했다. 절대인구의 감소 이면에는 인구 고령화라는 복병이 숨었다.

대체출산율 2.1명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합계출산율 1.0명은 한 세대(30년)가 지나면서 인구가 반감한다는 의미다. 이런 추세라면 우리나라 인구 5180만명은 100년 후 1000만명 수준으로 감소하게 된다. 마르크스가 경제가 사회의 토대가 된다는 변증법적 유물론을 주장했듯이 영국 런던경제대학 교수를 지낸 모리시마 미치오 교수는 경제·사회가 인구의 양적·질적 구조에 따라 결정된다는 인구사관(人口史觀)을 내세웠다.

인구감소와 고령화는 세상의 질서를 몽땅 뒤바꿔 놓을만한 위력을 발휘한다. 폴 윌리스는 요동치는 지진에 비유해 연진(年震, agequake)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전국 228개 지자체 중 89곳이 소멸 위험 수준에 있다. 30년 뒤 인천의 강화·옹진군, 중·동·남구 등 5곳이 소멸위험에 다다른 지자체로 구분된다. 세계 유일의 출산율 0명대 나라, 대한민국의 저출산·고령화는 재앙 수준이다. 저출산·고령화의 새 지도를 그려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