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위 전원 '서울 외곽순환로' 변경 반대
타지역 이미지 고려 안한 '이기주의' 발동

서울시의 지역이기주의에 경기도민과 인천시민이 또다시 상처를 입었다.

경기도와 인천시가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의 명칭을 바꾸려 했지만 서울시의회의 '시민 혼선' 우려에 제동이 걸렸다.

이는 지난 지방선거 당시 나온 '이부망천'(이혼하면 부천 살고, 망하면 인천 산다) 발언같은 서울 위주의 사고방식과 일종의 핌피현상이 결합된 모양새다.

즉 이미 형성된 좋은 이미지를 다른 지자체를 위해 서울시민이 포기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다른 지자체의 이미지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는 셈이다.

핌피현상은 사람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주거나 자기 지역에 이익이 되는 시설을 서로 유치하려고 하는 현상을 말한다.

20일 경기도 등에 따르면 서울시의회 도시안전건설위원회는 이달 초 비공식 자리에서 서울외곽순환로 명칭 변경에 대한 의견을 나눈 결과 모두 반대 의견을 냈다.

위원들은 '시민들의 혼란, 불편 가중'을 내세웠다. '수도권'의 지리적 범주가 명확하지 않고 이정표 변경을 위한 비용이 든다는 점도 이유다.

서울시가 시의회뿐 아니라 시민 의견을 토대로 입장을 결정할 계획이어서 사실상 명칭 변경은 무산된 셈이다.

앞서 이재명 경기지사는 지난 3월 도 북부청사에서 경기도 퍼스트를 내걸며 "경기지사가 되면 서울외곽순환로라는 이름부터 바꾸겠다"고 했다.

'서울 외곽'이라는 명칭에 여전히 서울 위성도시라는 인식이 깔려있는 점을 바꾸고 자치분권에 맞게 제 이름을 찾겠다는 의지였다.

이미 의정부시·고양시·양평군 등 경기 북부지역 기초의회는 도로명을 고쳐달라는 결의문을 채택했고, 도는 지난해 12월 21일 인천시와 공동으로 서울외곽순환로 명칭을 '수도권 순환고속도로'로 바꿔달라고 국토교통부에 건의했다.

하지만 국토부의 예규에 발목이 잡혔다. 노선명 변경 절차가 더 까다로워진 탓이다.

국토부는 지난 2017년 11월 예규를 개정해 '고속국도 등 도로 노선번호 및 노선명 관리지침'상 고속국도의 명칭을 변경하기 위해서는 해당 노선을 경유하는 모든 지자체장(광역·기초 포함)의 동의를 얻은 후, 2개 이상 지자체장이 공동으로 신청하도록 했다.

그 이전에는 지자체간 협의를 통해 변경이 가능했다.

이에 따라 수도권내 20개 지차체장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 경유 지자체도 도내 14곳과 인천 계양·부평·남동구 3곳 등 경기·인천이 17곳에 달하지만, 서울은 송파·강동·노원구 등 각 3개 지자체만 지나간다.

총 연장 128km인 서울외곽순환로의 통과 지역은 경기·인천에 전체 노선의 91%인 116km에 걸쳐있는 반면, 서울은 9%인 12km에 불과하다.

결국 경유 지자체와 노선 길이 등에서 경인지역이 압도적 비중을 차지하지만 명칭은 '서울'에 종속돼 있는 셈이다. 또 국토부 예규와 서울시의 핌피로 종속은 유지되고 있다.

도내 시민사회단체들은 "서울외곽순환로는 건설 당시 실질적 지방자치제가 확립되기 전이어서 서울 위주의 사고방식이 반영된 것"이라면서 "지금은 지방자차제가 뿌리내리고, 경인지역이 산업·경제·문화·체육 등 각종 지표에서 선두에 서 있는데도 '서울 외곽' 취급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화성 봉담을 기점으로 안산·인천·김포·파주·포천·이천 등을 연결하는 순환도로의 이름이 '제2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에서 '수도권 제2순환고속도로'로 변경된 점을 보면 서울시의회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며 "제2가 있다면 제1도 있어야 되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서울·경기·인천 주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응답자 65%는 '수도권 제1순환고속도로'로 이름을 바꿔야 한다는 답을 내놓기도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아직 서울의 의견이 나온 것은 아니어서 검토 자체가 어렵다"며 "요건이 되면 검토하겠다"고 말했다./최남춘 기자 baikal@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