色 다른 예술 … 그 시작 앞에 섰다
▲ 부평구 자치행정국장을 끝으로 40년 공직생활을 마감하고, 문화행정가로 다시 부평에서 봉사하게된 이영훈 부평구문화재단 대표이사는 부평 문화발전의 중심에 '구민'을 세웠다. 함께 잘 사는 지역 공동체는 일부가 영위하는 문화 정책이 아닌 '50만 구민 모두가 호흡하는 것'이라 강조하고 있다.


부평서 나고 자라 지역 40년 이끈 토박이
區자치행정국장 끝으로 퇴직 후 새 도전
오랜 구정 경험으로 재단 방향부터 고심

구민과 현장에서 함께 보내온 시간 만큼
50만 주민 모두와 호흡·소통하는 게 목표

음악융합도시 정부예산지원 이끌어내고
풍물대축제 전국 행사로 도약 발판 마련








부평에서 나고 자랐다. 공무원 40년. 강산이 4번 바뀌는 동안 부평이 커가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며 함께 호흡했다.

무엇보다 부평구민의 아픔과 문화에 대한 갈망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이 자리에 설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공무원에서 문화행정가로 신분은 바뀌었지만, 다시 부평을 위해 봉사하는 사명감에 매일 긴장하며 보내고 있다.

부평은 곳곳에 이야기가 넘실대는 곳이다. 그 속에 살아 숨쉬는 문화는 잉태돼 누군가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아직 부평 문화는 꽃을 피우지 못했다. 부평 문화에 대한 구민들의 욕구는 어느 곳보다 강하다.

이영훈 부평구문화재단 대표이사가 짊어질 사명이다.

새해 이영훈 대표이사가 설계하는 부평구문화재단과, 올 상반기 구민에게 선보일 각종 문화판은 어떤게 있는지 들어봤다.

"행복한 부평 만들기는 부평구문화재단의 목표입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다짐에 책임감과 부담감이 크게 느껴집니다."

이영훈 부평구문화재단 대표이사가 지난해 12월4일 취임했다. 부평구 자치행정국장을 끝으로 40년 공직생활을 마감하고, 문화행정가로 다시 부평에서 봉사하게 됐다.

이 대표이사는 "문화재단의 현안에 대해 정확히 인식하고, 재단 발전 비전을 효과적으로 제시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의 다짐이 부평구문화재단을 이끌 적임자라며 대표이사 추천위원회로부터 낙점됐다.

이 대표는 부평이 고향이다. 부평에서 나고 자랐고, 이 곳에서 40년의 공직생활을 걸었다. 부평에서만 쭉 공무원을 하며 누구보다 부평을 잘안다.

'지역행정전문가'라는 타이틀이 무색하지 않은 만큼, '문화행정가'로의 변신에 기대가 크다.

그래서 첫 일성은 "공연을 사랑하고 예술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모인 문화재단에 오게 돼 큰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와 "앞으로 지역사회와 소통하면서 주민의 사랑을 받는 문화재단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이다.

그는 부평 문화발전의 중심에 '구민'을 세웠다. 함께 잘 사는 지역 공동체는 일부가 영위하는 문화 정책이 아닌 50만 구민 모두가 호흡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취임 한 달여 시간이 흐른 지난 10일, 이 대표이사는 "아직 공부할 내용이 많습니다"라며 현안 파악에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있고, 부평 문화에 씨앗이 되는 지역 문화인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성공적인 구 문화재단을 위해 분주히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2019년, 여느 해보다 뜻깊은 이 때. 부평구문화재단을 이끌게 된 문화행정가의 구상은 무엇이고, 재단이 추구하는 문화정책은 어떻게 될지 들어보니, 그는 외유내강형답게 차근차근 이미 구상을 마친 부평 문화의 밑그림을 풀어놨다.

이 대표는 "행복한 부평 만들기를 위한 재단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큽니다"라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재단의 역할을 고민 중입니다"라고 말했다.

구정의 오랜 경험은 올해 재단이 걸어갈 방향에 상당한 변화를 예고했다. 구민의 목소리와 구민의 염원을 부평구문화재단에 뿌리내리겠다는 의욕에서다.

그는 "솔직히 그동안 부평구문화재단이 지역과 소통에 다소 미흡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라며 "사업 전반이 구민과 지역 예술인, 구 의회와 호흡하고 있는지 살펴보고 있습니다"라고 언급했다.

구민이 추구하는 문화와, 소수 엘리트 예술을 구분짓겠다는 것도 그의 다짐이다.

"엘리트 예술과 수준 높은 문화예술도 중요하지만 그것은 그 자체로 상징성을 갖는 부분입니다"라며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고 문화 사업 등을 추구해야 합니다"라고 전했다.

'뼈'가 있는 그의 말에는 "부평구라는 기초자치단체가 운영하는 부평구문화재단의 역할 등 정책을 살펴보고 구민의 목소리가 직접 문화행정에 펼쳐질 수 있도록 상반기 중 재단의 조직개편 등을 염두하고 있습니다"라는 해법이 담겨 있다.

그의 다짐과 목표가 그간 쌓아온 부평구문화재단에 어떤 식의 변화를 가져올지는 미지수다.

분명한 것은 부평구와 부평구문화재단이 이원적으로 운영됐던 기존 틀을 넘어 독립성을 유지하되 구민이 참여하는 사업을 위해 '협업'이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우선 구민의 문화 수요를 조사하고, 이를 재단 정책에 담을 수 있는 관련 부서를 새로 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표는 부평음악융합도시 사업에 의욕이 크다. 구의 열악한 재정을 극복하고 부평음악융합도시를 이끌기 위해 정부 예산 지원 사업을 철저히 준비하겠다는 것이다.

공직사회가 승화돼 문화행정가로 그리게 될 부평은 어떤 모습일까.

이 대표는 "1979년 공직생활 첫 발령지가 부평6동이었습니다"라며 "나고 자라서 지금껏 인천을 떠난 적은 없었고 부평에서만 공직생활을 한 만큼 부평에 대한 애정이 큽니다"라고 말했다.

동사무소에서 근무할 때 수급자와 얽힌 이야기, 20년 전 침수로 힘들었던 기억, 보상계장을 역임하며 손쓸 수 없던 아픈 사례까지.

"1980년 대 중반쯤으로 기억합니다. 그 때는 수급자에게 재정이 아닌 현물로 지원할 때입니다. 현물 지원을 기대보다 많이 받게 된 할머니 한 분께서 사탕 두개를 손에 쥐어주셨던 게 지금도 생각납니다"라는 소박한 기억을 더듬는 이 대표이사. "보상이 안돼 살던 곳에서 쫓겨 나게 된 노부부의 사례는 지금도 먹먹합니다.
어쩔 수 없는 공직의 한계가 절실했습니다"라는 경험도 전한다. 그런 기억이 쌓이고 쌓여 앞으로 2년간 부평구문화재단을 이끌 목표가 생겨난 것이다.

소수가 아닌 모두의 문화를 강조하고 또 되새기는 이 대표이사, 그가 다시 소통을 언급하며 "구민 모두의 부평구문화재단이 되겠습니다"라고 밝히는 것이다.

여기에 부평을 넘어 인천을 대표하는 '부평풍물대축제'의 새바람을 예고했다.

1997년부터 매년 실시 중인 부평풍물대축제, 올해 22회째를 맞으며 방문객이 늘고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평가됐지만 전국적인 축제로 발돋움하지 못하는 지적에는 자유롭지 못하다.

부평구가 풍물축제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여러 현안을 점검하며 재단법인 형태를 고민 중이다.

부평풍물대축제재단이나 부평구문화재단에 조직을 신설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이 대표는 "여러분들께서 부평풍물대축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큰 것을 알고 있습니다"라며 "기존의 인식을 바꾸기 위해 젊은 사람들이 축제를 기획하고 참여하는 것을 고민하고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부평구문화재단을 운영하는 데 여러 문제 중 가장 큰 '재정' 또한 이 대표의 걱정거리다.

이 대표는 "구의 재정여건이 안좋습니다. 구 예산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평구문화재단이 바뀌지 않으면 수준높은 문화, 구민과 함께 하는 부평구문화재단을 운영하기는 쉽지 않습니다"라며 "인천시와 인천문화재단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함께 호흡해 건전한 재단 운영에 앞장서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영훈 부평구문화재단 대표는 …

1959년 6월 부평에서 태어난 이영훈 부평구문화재단 대표이사는 부평구 일대에서 초·중·고를 나와 1979년 공직에 입문하게 된다.

첫 발령지는 부평6동. 현장에서 시민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성장한 그는 지난해 공직생활의 마침표를 찍었다.

40여년 동안 부평 지역에서 근무한 그는 지역 행정 전문가로 부평구 총무과장, 경제복지국장, 자치행정국장 등을 역임했으며, 지난해 12월4일 부평구의 문화를 만들어가는 부평구문화재단의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이주영·이아진 기자 leejy96@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