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덕균 서민금융진흥원 (사)미소금융 인천법인 대표

우리 고전문학에서 대출심사에 대한 구체적인 저술은 아마도 연암 박지원의 '허생전'이 아닐까 생각한다. 허생이 남산 묵적골에서 책만 읽다가, 아내의 성화에 못 이겨 세상 속으로 나온 다음 장안 최고의 부호인 변부자를 찾아가 다짜고짜 만 금(만 냥)을 빌린다. 그러나 변부자는 아무 것도 묻지 않고 그냥 돈을 꾸어준다. 주변 사람들이 알지도 못하는 비렁뱅이한테 돈을 주었다고 난리를 치자 변부자는 이렇게 말한다.
"대개 남에게 뭔가를 구하고자 하는 사람은 반드시 자기 포부를 과장하여 신용을 얻으려 하는 법이다. 그러다 보면 얼굴 빛은 점점 비굴해지고, 말은 중언부언을 면치 못하게 되지…. 하지만 저 손님은 옷과 짚신이 비록 남루하기 짝이 없지만 말은 간결하고 눈빛은 오만하여 얼굴에 부끄러운 빛이 조금도 없질 않더냐!"라고 구체적인 인물 심사촌평을 한다. 이후 허생은 이 종잣돈 만냥으로 동일 상품이 지역에 따라 가격이 다르다는 것을 이용해 많은 차익을 실현하게 된다. 그래서 변부자에게 열 배, 즉 십만냥(고마움 표시 포함 금액)으로 되돌려준다는 흐뭇한 성공 스토리이다.

물론 조선시대 실학사상에 입각한 고전소설이지만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런 공감된 포용적인 마음으로, 서민금융진흥원 ㈔미소금융 인천법인은 지난해 1년 동안 서민금융 대상자(6등급 이하 저신용자, 장애인, 한부모가정, 북한이탈주민, 차상위계층, 기타) 1200명에게 연리 2~3.5% 저금리로 총액 110억원 규모의 신용대출을 지원하는 실적을 거뒀다. 1인당 평균 대출금액은 900만원 정도이고, 대출 수혜자의 사업장 소재지는 인천 남동구에서 강화군까지 인천 전역에 골고루 분포돼 있다. 직원 모두가 저소득자 한 분이라도 더 많은 혜택을 드리고자 노력한 결과다.

인천 계양구 계산동에서 찐옥수수와 술빵을 판매하는 한부모가정 아주머니 A 씨는 취약계층 자립자금 500만원을 대출받은 고객이다. 그가 어느 날 하루는 자랑스럽게 대출금 일부를 상환하겠다고 했다. 자신의 딸이 지방 명문교대에 장학생으로 입학했다는 것이다. 반면, 이삿짐센터를 운영하던 인천 동구 송림동 B 씨는 두 달간이나 연락이 두절되더니 갑자기 나타나 "법원에 개인파산을 신청할 예정이므로 앞으론 해당 법무사와 통화하라"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그 순간 직원 모두는 상심했고,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이제 2019년 기해년 황금돼지해를 맞았으나 많은 경제전문가들이 올해 경제전망을 몹시 어둡게 예측하고 있다. 전통시장 상인들이나 도로변 소규모 가게 사장님들은 이구동성으로 "장사가 안 된다"고 말한다.

산에 갈 때면 맨 처음 오르려고 했던 봉우리가 나타난다. 앞만 보고 오르려고, 한 곳으로만 올라가선 곤란하다. 그렇게 하면 결코 정상에 도달할 수 없다. 때론 정상에 오르기 위해 정상을 등지고 기슭으로 내려가야 하는 때도 있을 것이다. 분히 머릿속에 담아 둬야 할 것은, 목적지를 놓치지 않는 것이다. 주봉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새해, 서민금융진흥원 ㈔미소금융 인천법인 직원 모두는 든든한 금융 가이드가 되겠다고 다짐한다.

"글쎄 말이시, 돈을 벌려면 허리를 굽혀야 해! 얼굴이 고객 신발에 부딪칠 정도까지…. 하하하!" 신발 파는 김 사장님의 장사 철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