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부리지 않으랴 … 말이든 욕심이든

 

▲ /그림=김종하 '견마견마(見馬牽馬) 잘 걷던 놈도 말만 보면 타고 가려하네'

 

▲ 전성배 한문학자·민족언어연구원장
▲ 전성배 한문학자·민족언어연구원장

 

구지나 마차를 마련하여 짐을 나르거나 곡식가마니와 나무 따위를 운반했던 사람들을 '마부馬夫'라고 한다. 그들은 말먹이를 주는 것은 물론 잔심부름까지 했다. 1970년대 중반까지도 마부들을 많이 볼 수 있었으나, 소형 삼발이트럭과 경운기가 보급됨으로써 어느 틈엔가 자취를 감추었다. 최근에 '마부'가 부활했다.

다만 그 형태가 자동차를 모는 '대리기사'로 바뀌었다. 이들 역시 운전만 하는 것이 아니라 손님들의 웬만한 잔시중도 다 들어주어야 하는데, 이들은 푼돈으로 갑질하는 고객이 제일 밉다고 말한다.

카카오 택시와 대리에 이어 '카카오 카풀'이 본격화할 조짐이다. SNS 절대강자로 알려진 카카오의 사업진출을 두고 찬반이 뜨겁다. 대기업이 골목상권을 비롯한 영세 대리기사와 택시기사의 존립을 위협하고 있다는 여론에 반하여, 시민들은 편리하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끊임없는 논쟁과 갈등 속에 결국 두 번째 택시기사 분신 사건이 발생했다.

견마견마(見馬牽馬)는 '잘 걷던 놈도 말만 보면 타고 가려하네' 또는 '말 타면 견마 잡히고 싶다'는 속담을 한자(韓字)로 만든 '4자속담'이다.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음을 경계한다. 牽馬(견마)는 마부로 하여금 고삐를 쥐고 앞서게 하는 것이다.

▲牽 견 [끌다 / 이끌다 / 거느리다]

1. 소(牛) 머리를 새끼줄로 묶어 외양간에서 끌어내는 것이며,
2.소(牛) 얼굴에 검은(玄) 천을 씌우고 도살장으로 끌고 가는 모습이기도 하다.

▲馬 마 [말 / 벼슬에 오름]

馬는 말의 갈기와 네 다리를 그렸다. 우리 글자를 빌려간 중국에서는 '馬'를 간략하게 하여 '?'라고 쓰는데, 멋지게 날리는 말의 갈기가 없어져 다소 아쉽기는 하다.

견마견마(見馬牽馬)는 '자기 힘으로 할 수 있는 일도 어떤 유리한 조건이 만들어지면, 그것에 의지하고 힘을 쓰지 않으려 한다'는 뜻으로도 사용된다. 바로 대기업과 정치인 사이에 꾸며지는 정의롭지 못한 밀착인데, 한 쪽에서는 돈을 제공하고 다른 한 쪽은 특혜를 주는 처지(處地)가 된다.

결국 그들이 섬기겠다고 하는 민중(民衆)을 도리어 말처럼 부리게 될 것이고, 그럼으로써 그로 인한 폐해는 고스란히 우리 자신의 짐으로 돌아오게 된다. 후보시절에 한강토(한반도) 문제는 대통령이 주도해서 풀어나가겠다는 '한강토 운전자론'을 내세웠다. 그러나 한강토를 둘러싼 미중러일의 영향 때문에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마당에서는 마당쇠가 힘을 써야 하고, 말을 모는 데는 마부가 최고인데.

카카오 카풀 문제를 현명하게 수습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한강토 운전자'로서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한강토'라는 말 위에는 주인이 타고 있는데, 그들이 바로 민중인 것을 기억하라. 마부가 어찌 주인 행세를 하려고 드는가?

그리고 하나 더, 손님 중에는 오른손잡이와 왼손잡이가 있다는 것도 잊지 말자. 운전기사가 딸린 자들이 많다. 그들은 馬夫들이다. 다른 건 몰라도 술 먹는 자리에서는 그들이 제일 부럽더라. "괜찮아, 나에게는 '대리기사'가 있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