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날씨 '1만여 시민' 운집
광화문 상경 최대 궐기대회
안보 희생대가 철도망 촉구
▲ 16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포천시 주민 1만3000여명(주최 측 추산)이 지하철 7호선 연장사업의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를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고 있다. 경기북부에서 유일하게 철도가 없는 지역이자 지난 60여년 간 각종 군사시설로 인한 피해를 감내해 온 포천 시민들은 이번 연장사업이 조기에 시작될 수 있도록 이날 광화문에 집결했다. /이성철 기자 slee0210@incheonilbo.com


"포천시민도 대한민국의 국민이다."

전철7호선 연장사업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를 촉구하는 포천시민들이 거리로 뛰쳐나왔다.

영하 10도에 육박하는 맹추위에도 1만여명이 운집한 이유는 단하나였다.

전철 7호선 연장을 요구하는 포천시의 절박한 민심을 알리기 위해서다.

16일 낮 12시쯤 서울 광화문 광장에는 오전부터 상경한 포천시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전철 7호선 연장에 대해 열띤 의견을 나누는 모습이 종종 눈에 띄었다.

'전철 7호선 연장사업(양주 옥정∼포천)의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촉구 궐기대회'가 열린 오후 1시 30분에는 축구장 3배에 달하는 광화문 광장이 집회에 참가한 포천시민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동양 최대 사격장 피해 정부에서 보상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머리띠를 두른 시민들은 "전철 7호선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하라"며 연신 목소리를 높였다.

포천주민은 67년간 미군 사격장 등 국가안보를 위해 소음 등 많은 피해를 받아왔다.

포천시에는 여의도 면적(8.4㎢)의 2.3배에 달하는 육군 승진훈련장을 비롯해 미 8군 종합훈련장(영평사격장) 등 군부대 사격장과 훈련장이 9곳이 있다.

도 북부에서도 유일하게 철도가 없는 등 낙후된 지역이지만 수도권이라는 이유로 중첩규제를 받아 발전이 더뎠다.

이번 시민들이 집결한 이유도 국가안보를 위해 희생한 대가로 철도망 건설을 정부에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포천시민들은 집회 시작과 함께 삭발투쟁까지 벌였다.

자발적 참여로 진행된 삭발투쟁은 집회 시작 1시간만에 200여명 넘을 만큼 많은 시민들이 지원했다.

윤종현(40·포천 창수면)씨는 "사격장에서 날라온 도비탄 등으로 많은 피해를 봤지만 정부는 우리를 그동안 외면했다"며 "집회에 동참하기 위해 사업까지 미뤄두고 왔다"고 했다.

철도건설을 절실히 바라는 포천시민의 염원은 혈서작성까지 이어졌다.

김영우 국회의원 (포천시가평군·자유한국당)은 이날 연설도중 자신의 손가락으로 혈서를 썼다. 그가 쓴 내용은 '상생'. 김 의원은 "예비타당성 면제 촉구는 포천시가 더 잘살게 해달라는게 아니다"며 "사격장 피해 등으로 수십 년간 고통을 겪어온 포천시민들에게 앞으로 살아갈 최소한의 발판을 마련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경훈 기자 littli18@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