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메이커스페이스 '린스타트업 제작소' 각광
▲ 지난 9일 목공 기본 수업에 참여한 박은주(45)씨가 절단기를 통해 목재를 자르고 있다.

▲ 목공 작업용 장비를 다양하게 갖춘 '디자인랩' 에는 20여가지가 넘는 종류의 공구가 놓여있다.

▲ '디지털랩'에 마련된 UV프린터.

3D프린터·레이저조각기 등 25종 장비 갖춰
시민들 원하는 목공예품 등 무료 제작 체험
시제품 생산도 가능해 '스타트업 준비' 도움





"인간은 몸을 진화시키는 대신 도구를 만들었다."

19세기 프랑스에서 활동한 철학자 앙리 베르그송은 인간을 '호모 파베르(homo faber)'로 정의했다.

인간이 본능적으로 도구를 활용해 유·무형의 무언가를 만들어 왔다는 뜻이다. 사실 이는 자본주의 발전과 함께 강조된 가치다.

노동을 신성화하는 동시에 인간소외와 같은 여러 부작용을 합리화 하는데 쓰였다. 20세기 놀이를 즐기는 '호모 루덴스(homo ludence)'의 등장과 함께 비판 받은 관점이기도 하다.

그러던 '호모 파베르'가 돌아오고 있다. 무언가를 직접 만드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 중심에는 전국 곳곳에 위치한 '메이커 스페이스(maker space)'가 있다.

3D 프린터, 레이저조각기, 목재절단기와 같은 장비를 이용해 개인이 상상하던 모든 것을 만들어내는 공간이다.

인천지역에는 지난해 12월 글로벌캠퍼스 지하 복합문화센터에 만들어진 '린스타트업 제작소'가 대표적이다.



▲"제작을 위한 기초 단계" 인천 린스타트업 제작소

지난 9일 린스타트업제작소에서는 평일 프로그램 중 하나인 '목공장비 기본교육'이 진행됐다.

이는 제작소 내에 있는 테이블쏘, 소형 집진거, 무카본 원형샌더와 같은 목공 작업용 장비를 실습해 보는 교육이다.

일반적으로 메이커스페이스는 정해진 이용 허가를 받은 이후에는 이용자가 자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교육 보다는 이용자가 기획품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를 스스로 생각하고 혼자 만들어 보는 게 핵심이다.
대신 장비를 자유로이 사용하기 앞서 '기본교육'을 필수로 받아야 한다. 주제별로 장비 사용법과 주의사항을 교육 받고 실제 실습해보는 과정까지 거쳐야 한다.

교육은 제작소에 상주하면서 운영·관리를 도맡고 있는 ㈜엔피프틴 소속 직원들이 담당한다.

이날 1시간30분 동안 진행된 교육에서는 6가지가 넘는 목공작업용 장비들에 대해 설명을 듣고 최소한 한 번씩 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교육에 참여한 황은주(45)씨는 "배곶신도시인 집 주변에는 목공 작업할 곳이 없다. 그동안 서울 용산을 오고 가며 제품을 만들어 불편한 점이 많았다"며 "린스타트업제작소가 만들어졌다는 소식에 지금은 송도로 작업실을 옮겼다. 실제로 와보니 최신식 장비들로 구축돼 있는데다 생각 보다 더 넓고 쾌적하더라. 편리해서 많이 이용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인천 지역에서 시제품 양산이 가능할까"

현재 인천 린스타트업제작소에는 25종이 넘는 장비가 있다.

도안대로 입체품을 만들어내는 3D프린터·진공성형기, 겉면에 그림을 새기는 UV프린터, 목재와 같은 재료를 조각하는 CNC조각기, 목재절단기 등 웬만한 기본 장비들은 다 있다. 이용 비용도 모두 무료다.

제작소는 주로 시민들을 대상으로 장비를 경험하고 제품을 간단하게라도 만들어보게 하려는 목적에서 운영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실제 시제품을 만들어 사업화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양산 여부가 핵심"이라며 "때문에 장비 크기나 공간 규모도 넓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인천 지역에 조성된 중기부 메이커 스페이스 공간은 2곳이다.

모두 일반형 공간으로 시민들이 제작하는 작업 자체를 접하고 체험할 수 있도록 조성됐다.

콘텐츠코리아랩과 같은 창업보육기관과 락스타진, 프라이드 디자인과 같은 민간 공간까지 8곳이 있지만 모두 시제품 양산에는 어려움이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에 인천 린스타트업제작소에서는 전문가 심화 과정을 운영하려는 모습이다.

특히 이달에는 3D 모델링을 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퓨전360을 활용하는 5시간짜리 강좌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모델링을 위한 기본 스케치부터 명령어, 도면 제작 등 심화 실습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또 오는 18일 오후2시에는 시제품 제작을 꿈꾸는 업계 관계자들을 위한 특강도 개최한다.

/글·사진 김은희 기자 haru@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