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문종 경기지속가능발전협의회 감사


민선 7기가 시작되면서 경기, 인천지역에서 협치의 바람이 불고 있다. 인천시는 시민이 시정에 참여하고 시민사회와의 협치를 시정 기조로 하는 협치 시정을 실천하고자 민·관 협치 활성화 기본조례를 제정한다. 이 조례에 따라 민·관 협치 사항을 심의·의결하는 '민·관 협치위원회'를 설치·운영한다. 또한 시민사회 출신을 민관협치담당관을 비롯해 마을협력팀장, 여성인권 분야 담당자로 새롭게 임용했다.
경기도는 시민사회가 제안한 '협치와 혁신을 위한 정책'을 공약으로 수용하여 당선된 후 본격 논의를 진행해 왔다. 논의 결과를 바탕으로 협치위원회를 구성, 운영하고 협치 전담부서를 설치하였으며, 민간인으로 소통협치국장을 임용했다. 도의회와의 상생발전을 위한 소통·협치 기구인 '경기도-경기도의회 정책협의회'를 출범시키고 공식 활동을 시작했다.

수원시와 안산시가 협치 조례를 지난해 제정하고 운영을 시작하였으며 광명시, 군포시, 용인시 등 여러 지자체에서 협치 조례 제정을 준비하고 있다. 협치의 시대가 열리고 있음을 아무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왜 협치의 시대가 온 것인가. 먼저 현재 닥쳐오고 있는 여러 문제는 협치를 통해서만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요 며칠 기승을 부린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두 개 담당 부서의 힘만으로는 어렵다. 아니 담당 부서를 지정하기조차 쉽지 않다. 저출산·고령화 문제, 일자리 문제, 청년 실업 문제 등은 어느 한 부서가 떠맡을 수 없다. 여러 부서와 기관, 특히 시민의 참여와 협력이 필수적이다.
사회의 복잡화, 다양화, 역동화에 따른 행정의 운영 방식 변화도 협치를 요구한다. 다중의 이해당사자가 갈등하고,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시민의 마음과 태도, 예측하기 어려운 돌발 상황의 발생, 통제할 수 없는 외부 변수 등이 행정의 변화를 강제한다. 공급자 중심의 정책이 아닌 수요자 중심의 정책으로 전환이 필요하다.

시민 의견 수렴과 참여 없이는 어떤 정책도 좋은 성과를 낼 수 없다는 사실이 확인되고 있다. 고전적인 국가와 시장, 그리고 시민사회라는 구분도 모호해지며 경계가 허물어져 빈 공간을 채울 수 있는 다자간의 협력, 즉 협치가 절실해지고 있다.
대의제민주주의의 한계가 노출되기 시작했고, 성장한 시민은 위임한 권력에만 의존하기보다는 수시로 직접 나서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민주주의의 기본 정신인 시민이 주체가 되는 직접민주주의 도입을 촉구하는 현실 또한 협치 시대를 앞당기고 있다. 직접민주주의가 즉흥적, 이기적 다수의 횡포로 빠지지 않으려면 숙의 과정이 꼭 필요하다. 숙의민주주의는 다수 이해당사자가 협치를 통해 모두의 이익을 실현하는 길이다. 이렇듯 현대 민주주의 문제는 협치를 통해서만 해결될 수 있다.
현재 지자체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협치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단체장의 강력한 지도력, 합리적 추진체계, 참여주체의 역량이 필요하다.

단체장은 지도력을 발휘하여 방대한 정보와 축적된 행정 경험, 민간보다 월등한 권한, 조직력을 가지고 있는 행정을 설득하여 협치에 나서도록 해야 한다. 포상과 격려를 통해 협치 참여 공직자를 보상해야 한다. 다른 한편으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협치에 나서는 민간이 대등한 위치에서 협치 활동을 수행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합리적 추진체계를 만들고 이 구조 속에서 민간이 권한과 책임을 져야 한다. 기울어진 민과 관의 불균형을 해소하여 대등한 관계가 만들어지도록 해야 한다.

누구든 익숙한 권한을 쉽게 양보하지 않는다. 공무원들의 선의나 사후 보상에 기대지 말고 제도와 시스템, 즉 협치 추진체계를 민과 관이 상호 대등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협치 과정을 통해 참여 주체의 역량이 커나가야 한다. 바꿔 말하면 역량이 커나갈 수 있는 방향으로 사업을 계획하고 추진해야 한다. 눈앞의 성과보다는 과정을 중요시하고,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볼 수 있어야 한다.
변화란 민간의 참여가 확대되고, 민간의 권한과 책임이 높아지는 것이다. 공무원은 민간을 신뢰하고 협치의 힘을 체험하면서 행정방식의 변화를 촉진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