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입구에 붙은 '여성·아동 안심지킴이집' 현판이 무색했다. 비상벨을 눌렀지만 절도범이 달아난 뒤에야 경찰이 도착했다. 인천 부평구에서 안심지킴이집으로 지정된 편의점에 남성이 들어와 여직원을 위협하고 현금을 훔친 사건이 벌어졌다.


부평경찰서는 14일 오후 11시35분쯤 십정동 한 편의점에 남성이 침입해 현금 30만원을 들고 달아났다고 15일 밝혔다.


당시 편의점에는 여직원 A(40)씨만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남성은 둔기로 A씨를 위협한 뒤 현금을 챙겨 도망쳤다. 경찰은 폐쇄회로(CC)TV 영상 등을 바탕으로 용의자를 추적하고 있다.


이 편의점은 부평구가 여성·아동 대상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안심지킴이집으로 지정한 곳이다. 신변을 위협받는 긴급 상황에서 편의점으로 대피하고 직원이 비상벨을 누르면 경찰이 출동하는 시스템이다. 부평구 안심지킴이집 209곳 가운데 편의점은 194곳이 지정돼 있다.


하지만 이날 절도 사건이 벌어지는 동안 안심지킴이집은 안심과 거리가 멀었다. 경찰은 안심지킴이집에서 범행이 끝난 뒤에야 도착했다. 절도 피해를 당한 편의점 관계자는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직원이 위협받는 상황에서도 비상벨을 눌러 경찰에 신고했지만 피해를 막을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현판을 부착하고 비상벨만 설치됐을 뿐 안심지킴이집에 대한 사후 관리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안심지킴이집은 지방자치단체가 지정하기 때문에 경찰이 따로 관리하지 않는다"고 했다. 부평구 관계자는 "지난해가 시행 첫해라서 그동안 안심지킴이집을 지정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며 "향후 인천시와 협의해 현장을 관리하고 경찰에도 협조를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