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들의 위대한 여정에 종지부를 찍었다
▲ 할머니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기 위해 사진관을 찾은 장면은 동구 우리 사진관에서 진행됐다. 사진은 '허스토리' 촬영 후 민규동 감독과 주인공들이 찍은 사진.

▲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시위를 하고 있는 할머니들과 시민들 모습은 인천중구청을 배경으로 촬영됐다.

▲ 이상일(김준한)과 그의 동료들이 재판을 준비하는 모습이 촬영된 올림포스호텔.

위안부 할머니들의 관부재판 실화로
부산 배경임에도 주요씬 인천서 촬영

이야기 중심인 재일 변호사와의 만남
올림포스호텔로 당시 회의 모습 재현

일제강점기 건축 양식 보이는 중구청
시민들 울분 터뜨린 시위장소로 쓰여

시간의 깊이가 묻어나는 동구 사진관
주인공들 기록하는 대망의 엔딩으로







그녀들의 역사가 인천에서 그려졌다. 근대기의 건물과 1990년대의 풍경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인천의 원도심에서 영화 '허스토리'가 촬영됐다.

아픈 역사의 현장을 담은 '허스토리'는 1992년부터 1998년까지 7년간 23번이나 부산과 일본 시모노세키를 오가며 일본 정부와 싸운 위안부 할머니들의 '관부 재판' 실화를 다룬 작품이다.

위안부 할머니들과 그들을 위해 함께 싸웠던 사람들의 뜨거운 이야기가 인천에서 촬영됐다.

근대의 아픔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도시에서, 가슴 아픈 이야기가 펼쳐진다.

배경과 상황, 그리고 그 당시 일어났던 사건들을 가리고, 포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영화 '허스토리'. 이 작은 승리의 기록이 인천의 어느 길목에서 촬영됐는지 살펴보자.



#작은 승리의 시작점 올림포스호텔

과거 인천을 찾아오는 이들에게 편안함과 안락함을 제공했던 곳이 '올림포스호텔'이다.

1963년 개장한 이곳은 인천에서 가장 좋은 호텔이었다. 1884년부터 1915년까지 영국영사관이 있던 자리로, 호텔을 등지고 서면 인천의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비즈니스 사업들이 많이 이뤄졌던 이곳은 현재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재일변호사 이상일(김준한)은 동료들과 둘러앉아 재판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다. 1990년대 당시 올림포스호텔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풍경이지 않았을까 싶다.

그들이 여기까지 오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고됐을까. 한창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문밖에서 인기척이 들린다. 바로 문정숙(김희애)이다.

재판이 진행될 수 있을지 그 여부에 대해 궁금했던 문정숙(김희애)은 이상일(김준한)의 숙소까지 찾아온 것이다. 이곳이 바로 역사 한 귀퉁이에 있는 작은 승리의 시작점이다.



#시민들의 목소리가 울려퍼지다

역사적, 건축적 가치가 담기다. 인천 근대문화거리에는 개항기부터 지어진 일본식 가옥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다.

그중 단연 돋보이는 건물이 현재 중구청으로 이용 중인 건물이다. 이곳은 옛 인천부 청사로 등록문화재 제249호에 지정된 근대 유적지이다. 1933년 일제강점기 당시 건립되어 인천부청사로 사용된 곳이다.

광복 이후로도 인천시청사로 사용되다 1981년 인천직할시 청사로 1985년부터는 인천중구청사로 이용됐다.
인천의 대표적인 행정중심지로 역할을 해왔던 이곳이 '허스토리'에서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는 장소로 나온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사연을 전해 들은 시민들은 울분을 터뜨린다. 그리고 그들은 밖으로 나온다.

중구청은 현대적인 개수와 증축이 되었으나 여전히 1930년대 모더니즘 건축양식을 잘 따르고 있으며, 외관을 구성하고 있는 스크래치 타일은 현재 거의 찾아볼 수 없는 당시의 특징이다.



#종착지를 알 수 없는, 그들의 비행

공간과 공간을 이어주는 이동 수단 '비행기'. 드라마와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비행 장면들은 대부분 승무원 학원이나 실제 항공사에서 촬영을 진행한다.

하지만 '허스토리'는 시대극인 만큼 옛날 느낌의 비행기가 필요했다. 그래서 미술 및 소도구 세팅이 용이하도록 실제 1990년대 비행기인 인하공전 내부에서 촬영하게 됐다.

할머니들이 재판을 하기 위해 일본으로 이동하기 위해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처음으로 비행기에 탄 할머니들의 복잡한 표정은 관객들에게 다양한 이야기를 건넨다.

그들은 아픔으로 보내왔던 그동안의 공백을 메꾸기 위해 일본으로 향했다.

괴로운 마음으로 흘려보낸 세월들, 그 공간들을 채워나가는 것의 시작 비행기.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듯한 이들의 비행, 과연 그 끝은 어딜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과거의 모습을 간직하다

그때 그 기억을 간직하다. 우리가 과거를 상기시킬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사진'이 아닐까 싶다.

시간의 깊이가 묻어나는 동구에 위치한 우리 사진관. 큰 대로변에 위치한 '우리 사진관'은 옛 모습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다.

'허스토리'의 주인공, 위안부 할머니 배정길(김해숙)을 비롯한 박순녀(예수정), 서귀순(문숙), 이옥주(이용녀)는 사진관에 들러 자신들의 모습을 남긴다. 언젠가는 스러져갈 그들의 역사를 새겼다.

동구의 '우리 사진관' 외에도 옛 모습을 간직한 골목들이 많다. 역사가 켜켜이 쌓인 동구와 중구 일대는 시대극 촬영지 명소가 될 정도로 촬영 관계자들에게는 인기 있다.





'허스토리' 속 명대사


배정길役 김해숙

# "나를 내 본래 모습으로 돌려줘. 당장 17살 때 그때 모습으로 돌려줘!"

- 법정에 선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배정길은 자신의 증언 차례에 위안부로 끌려가기 전 17살의 모습으로 돌
려보내 달라 울부짖는다. 꽃다운 나이에 일본군에게 끌려갔던 그 순간부터 그들의 인생은 180도 바뀌었다.


박순녀役 예수정

# "우리는요, 홀몸이 아니라 국가대표 선수인기라."

- 일본으로 가기 위해 공항으로 가는 택시 안에서 할머니들이 택시기사에게 건넨 말. 그들을 이해하지 못했던 사람들도 있지만, 응원해주는 이도 있다. 약한 나라의 국민이었기에 겪었던 설움에 대한 사죄를 받겠다는 할머니들의 굳은 의지가 드러난다.


문정숙役 김희애

# "이겼다고도 졌다고도 할 수 없고 아직 안끝났다."

- 영화 마지막에 문정숙이 말한 대사다. 재판의 결과뿐만 아니라, 아직도 끝나지 않은 위안부 문제는 풀어야 될 숙제라고 우리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이아진 기자 atoz@incheonilbo.com
/사진제공=인천영상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