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화 계양서 소방사, 페이스북에 예방법 웹툰 연재
내달부턴 현장 이야기 담기로
▲ 이병화 소방사가 인천소방본부 마크를 활용해 그린 그림. 세일전자 등의 화재 진압 장면이 담겨 있다.

▲ 인천소방 페이스북에 소방 웹툰을 연재하고 있는 계양소방서 이병화 소방사.

인천소방 페이스북에는 지난달부터 소방 정책과 안전 수칙을 다룬 단편 만화가 올라오고 있다. 휴대전화 화면에 꽉 들어차는 10컷 이내 그림에는 화재 위험성을 알리고 피해를 예방하는 방법이 담겨 있다. 전국 최초로 연재되는 '소방 웹툰'은 계양소방서 이병화(30) 소방사의 펜 끝에서 탄생했다. 이 소방사는 15일 "친숙한 이미지를 통해 소방관들의 모습을 담아내고 시민 관심을 이끌어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지난 2017년 6월 계양소방서 작전119안전센터에서 근무를 시작한 이 소방사는 대학교에서 서양화를 전공했다. 인생을 바꾼 건 영화 한 편이었다.
"몇 년 전 대학교 졸업반으로 올라가는 겨울방학 때 화재 현장을 다룬 한국영화 '타워'를 보고 소방관이 되자는 결심을 굳혔어요. 교수님과 친구들이 다들 의아해했지만 꿈을 포기할 수 없었죠."

이 소방사의 도전에는 아버지 영향이 컸다. "어릴 적부터 아버지가 소방관이라고 하면 주위에서 '멋있다, 대단하다'는 반응이 돌아오곤 했어요. 소방관으로 평생을 살아온 아버지처럼 저도 자식들에게 든든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죠."

이 소방사는 2년간의 준비 끝에 꿈에 그리던 소방관이 됐다. 잠시 묻어뒀던 그림과의 인연은 인천소방학교 교육 시절 되살아났다. "동기들과 힘을 합쳐 소방학교 차고에 벽화를 그렸어요. 진압대원이 불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뒷모습이었는데, 알음알음 입소문이 나면서 그림을 그려 달라는 요청이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현장 근무에 배치된 뒤로도 이 소방사는 펜을 놓지 않았다. 2017년 소방청이 주관한 소방의 날 준비와 서울안전한마당 '그림에 소방을 담다' 행사에도 참여했다. 인근 소방서뿐 아니라 경기도에서도 포스터나 의복 도안 등을 그려 달라는 요청이 쇄도했다. 근무하는 틈틈이 그림을 그린 이 소방사는 지난해 인천소방본부 마크에 이레화학·세일전자 등의 화재 진압 장면을 담은 그림을 대표작으로 꼽는다.

다음달부터는 소방 정책 웹툰뿐 아니라 '시민들이 모르는 소방서 이야기'를 주제로 현장의 생생한 모습을 그려낼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해 인천국제하프마라톤 10㎞ 구간에서 수상할 정도로 운동도 게을리하지 않는 이 소방사는 현장에 대한 욕심도 감추지 않는다.

그는 "대원들의 경험을 각색해서 일주일에 한 편씩 10컷 정도 분량으로 만화를 제작하고, 연말에는 책자로도 펴낼 계획"이라며 "현장 경험을 쌓아 후배들에게 듬직한 모습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글·사진 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