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굿모닝인천 편집장

 


지난 주 화요일(8일) 오후 '유적지'를 다녀왔다. 동구 송림초등학교 주변이 주거환경개선사업으로 곧 철거된다. 동구화도진문화원, 수도국산달동네박물관, 인천도시역사관 직원들과 함께 곳곳이 공사 가림막으로 막힌 현장을 찾았다. 그날의 탐방 목적은 '유물' 수집이었다.

이곳은 수도국산(송림산)의 끝자락이다. 산에 기대어 살았던 사람들의 삶은 비탈진 산만큼이나 늘 위태로웠다. 1900년대 초 일제에 의해 도심에서 쫓겨 온 사람들이 이 산등성이에 터전을 마련했다. 6·25 전쟁이 터지자 황해도, 평안도 등 이북 사람들이 이 산비탈에 솥단지를 걸었다. 그들은 곧 고향으로 돌아갈 것이라 생각하고 임시 거처를 마련했지만 70년 세월을 보내고 말았다. 60·70년대 접어들면서 공장 일자리를 찾아 충청도, 전라도 사람들이 식솔을 이끌고 이 산으로 들어왔다. 그들은 우리나라 산업화의 불꽃을 피워낸 장본인이다. 이 산은 그렇게 100년 넘게 다양한 사람들을 품고 살았다.

해발 58m 산의 서쪽 송현동 기슭은 20년 전 대부분 재개발돼 '솔빛마을'이란 동네가 되었다. 반대편 송림동 쪽은 떠나고 들어오기를 몇 번, 주인은 바뀌었지만 집은 그대로 그곳을 지키고 있었다. 이제 이곳은 빈 둥지가 되었다. 시간에 녹고 세월에 닳아버린 집집마다 아직도 사람들의 온기가 남아있다. 골목 안에는 사람들의 숨이 만들어낸 기억과 시간이 훑고 간 흔적이 생생하게 널려있다.
그날 각 기관의 '유물' 쟁탈전이 치열했다. 문짝, 패찰, 기와, 전등, 그릇 등을 '발굴'했다. 이 글을 쓰고 있는데 오늘도 유물 수집을 한다는 연락이 왔다. 오늘은 또 어떤 오브제와 마주칠까. 사라지고도 존재하는 그 골목으로 바로 달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