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로 빚은 도자
▲ ▲에드먼트 드 왈 지음이윤희 옮김시공아트268쪽. 1만8000원

20세기는 예술의 모든 부문에서 혁명적인 전환과 도전의 시기였다.
가장 대중적인 예술 형식 가운데 하나인 도자 또한 전위적이고 실험적인 동시대 미술로 거듭났고, 때로는 아르 누보나 바우하우스의 경우처럼 선구적인 역할을 맡기도 했다.

이를테면 마이센 도자 회사를 위해 아르 누보의 대표적 작가 헨리 반 데 벨데가 과감하고 단순한 유선형 디자인을 도입한 사례나 산업과 예술의 결합을 표방한 바우하우스에서 최초로 상업적 판매를 시작한 상품이 도자 찻주전자 세트였던 사실을 들 수 있다.

또한 파리 등 세계 엑스포의 유행과 함께 유럽 각 나라의 국가 정체성을 드러내는 매체로 도자 산업이 선두에 나서 핀란드의 아라비아, 스웨덴의 구스타브베리, 헝가리의 졸너이 등의 브랜드가 이때 생겨났다.
특히 윌리엄 모리스 등의 미술공예운동에 영향을 받아 산업적 대량 생산 도자기에 반기를 든 독립적 도예 작가의 출현을 버나드 리치, 악셀 살토, 한스 코퍼 등의 도예가와 호안 미로, 파블로 피카소 등 도자를 주요 매체로 작업한 미술가의 작업을 통해 풀어나간다.

저자는 '아르누보에서 포스트모던 도자까지'라는 부제처럼 추상표현주의와 팝 아트를 거쳐 해프닝, 퍼포먼스와 포스트모더니즘에 이르기까지 20세기 도자 예술의 모험과 도전을 그려낸다.
유럽, 스칸디나비아, 러시아의 도예를 아우르는 그의 광범위한 시야는 도자 예술의 혁신을 가져온 거장뿐 아니라 앤서니 곰리, 토니 크랙 등 조각가, 심지어 건축가 프랭크 게리 등에게 영감의 원천이 되며 끝없이 변신해 온 도자 예술의 매력을 밝힌다.

당대의 회화와 포스터에 나타난 도자 그림을 비롯해 페미니즘 미술가 주디 시카고가 '디너 파티(1974-1979)'를 제작하며 삼각형 도자 패널에 유약을 바르는 모습, 1960년대 상황주의 운동을 이끈 아스게르 요른이 오토바이를 타고 바퀴의 힘으로 흙을 개거나 짐 멜처트가 얼굴에 태토(胎土)를 바르고 말라가는 과정을 보인 퍼포먼스를 기록한 사진 등 178점의 도판이 수록되어 시각적 즐거움을 더했다.

/여승철 기자 yeopo99@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