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시인 조병화씨(77·예술원 회장)가 문단 데뷔 50주년을 앞두고 생애 48번째 시집을 냈다.

 이번에 출간된 창작시집은 「기다림은 아련히」(가야 미디어 펴냄). 조씨는 지난 4월 「먼 약속」 이후 지은 63편의 시를 이 시집에 실었다.

  49년 시집 「버리고 싶은 유산」으로 시단에 나온 조씨는 그동안 허무와 고독, 꿈과 사랑을 시적 테마로 해 인간실존을 끝없이 탐구해왔다. 이번 시집은 우주와 인간을 동시에 꿰뚫어보면서 명상으로 순천(順天)의 사상을 이루고, 확대된 시야로 환경과 인간존재의 관계망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이채롭다.

 조씨는 「이제부터는 물의 고마움을 더욱 알게 되리라」는 「물」이나 「오, 인간들이여, 이제 참회할 시간이어라」는 「홍수 속에서」처럼 자연과 인간을 유기적 관계로 파악하며 사랑으로 생명과 꿈을 연결해 나가자고 호소한다.

노시인의 노래에는 인간과 자연의 관계, 종말을 모르고 욕망을 좇는 인간군상, 그에 절망하며 멸망해 가는 환경과 인간에 보내는 간절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 하늘의 순리에 따라 인간성을 회복하고 자연과 하나가 되자는 간곡한 당부가 준열한 따뜻함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표지 날개에 쓰인 시 「나의 이력서」도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그는 번잡한 서술을 버리고 이렇게 소개했다.

 「1921년 5월2일, 경기도 안성 생, 현재 1998년 8월14일, 이 긴 세월을 오로지 곧장 무상으로 살아왔습니다. 이상.」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