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과 '중독'을 착각하지 말라
▲ ▲로버트 A. 존슨 지음이주엽 옮김동연154쪽. 1만3000원

2002년 6월, 한국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났나? 알다시피 세계사에 유래없는 월드컵 거리응원으로 한국 사회는 물론 전 세계가 떠들썩하던 그 월드컵 4강 신화가 있던 해이다. 가히 집단 엑스타시의 광경이라 할 일이다.

반면 한국인의 1인당 음주량은 세계인의 평균을 2배가 넘는다. 과도한 음주량도 그렇지만 내일이 없는 듯 끝장으로 치닫는 술 문화도 가히 역대급이다. 이 두 광경은 디오니소스의 심미가 살아있는가 아니면 상실되었는가, 희열(Ecstasy)과 기쁨(Joy)을 누릴 것인가 아니면 중독증에 빠질 것인가라는 양단면을 대변하는 양상이다.

디오니소스의 감각과 심미의 기쁨을 잃어버린 자리에는 광기와 광란이 남는다. 알코올 중독, 마약 중독, 일중독, 섹스 중독 등 온갖 중독현상은 디오니소스의 영양실조라고 부르는 참된 엑스타시와 기쁨을 잃어버린 현대인의 단면이다.

스위스 취리히에 있는 '융연구소'에서 수학한 미국의 정신분석가이자 세계적인 융 심리학자 로버트 존슨은 우리 속에 잠재한 여성성의 상징인 디오니소스적 가치를 회복하라고 제안한다.
저자는 '기쁨(Joy)의 심리학'이란 부제를 붙인 이 책을 통해 신화적 상상력을 가미하여, 새로운 현대 심리학의 지평을 개척했다. 이 책은 단순한 심리학 이론서가 아니라, 실제적인 삶의 현장 속에서 직면하는 인간의 고통과 불안, 열등감의 치유를 모색하고 있다.

그는 '디오니오스적 영성'을 '충만한 생명의 체험'이라고 해석하며, 상실과 불안의 시대 속에서 고뇌하며 살아가는 수많은 현대인들에게 진정한 삶의 가치를 일깨우는 작업을 시도한다. 예수와 디오니소스의 충만한 생명의 엑스터시는 바로 내가 서 있는 이곳에서부터 온몸을 관통한다. 이 책은 그리스 신화와 종교가 어떻게 인간의 심리 속에서 상호 연상작용을 일으키면서, 인간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가를 제시해주는 우리 시대 최고의 신화 해석서이자, 대중적인 융 심리학서이다.

인류가 창조한 경이로운 산업혁명의 기적은 인간을 헤어나올 수 없는 객관화된 절대적 지표의 세계 속으로 집어넣었다. 여기서 어떻게 참된 인간다움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인가? 이 책은 21세기 아스팔트와 웹(Web)의 세계 속에 감금된 인류를 위한 참된 구원의 메시지를 우리에게 들려준다.

/여승철 기자 yeopo99@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