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은 지방재정 확충 … 관련법안은 국회서 낮잠

문재인 정부는 출범 당시부터 지방자치분권을 강화하는 정책 기조를 밝혔다. '지방재정분권 3법(부가가치세법, 지방세법, 지방교육재정 교부금법)' 통과는 이같은 기조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이에 따라 올해부터 국세 중 약 3조3000억원이 지방정부 지방세로 이관된다. 지방 재정의 확충은 지방자치분권의 첫 단계다.
하지만 자치분권 관련 법안 대부분이 국회에 발이 묶여있다. 지난해 국회에 제출된 법안 14개 가운데 12개가 해를 넘겼다.

대통령 소속 자치분권위원회와 행정안전부 등은 상반기 통과를 늦어도 상반기 중에는 관련 법안들이 제·개정돼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국회 상황이 여전히 여야 대치 국면이어서 결과를 종잡을 수 없는 상황이다.
우선 새로 제정해야 할 법안 4개가 모두 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150여개 국가사무를 지방으로 일괄 이양하는 내용을 담은 지방이양일괄법은 지난해 10월 국회에 제출돼 국회운영개선소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주민들이 지방의회에 직접 조례 제·개정과 폐지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한 주민조례발안법은 법제처 심사 중이고, 제2국무회의 내용을 담고 있는 가칭 자치발전협력회의법도 이달 중 입법예고가 예정돼 있지만 이후 국회 논의가 어떻게 진행될지 점치기 어려운 상황이다.

개정 법률안들도 마찬가지 신세다. 자치분권 관련 기본 내용을 모두 담고 있는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이 국회 심사를 앞두고 있다. 최근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는 주민자치회 운영, 지자체 기관구성 자율화 등 실질적인 자치권 확대 근거가 이 법안에 담겨있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자치분권 관련 정책 대부분이 이 법이 통과돼야 실행 가능한 것들이다. 이와 연관된 지방공무원법 주민투표법 주민소환법 등도 조만간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자치분권위원회 한 관계자는 "관련 법안들이 해를 넘긴 만큼 올 상반기 중에는 모두 국회를 통과해야 문재인정부 자치분권 정책이 탄력을 받게 될 것"이라며 "하지만 국회 상황을 점칠 수 없는데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어 초조하게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때문에 경기도도 다른 광역지자체와 함께 조속한 법안통과를 위해 물밑 접촉을 이어가고 있다. 또 지자체 실무자들과 여러 차례 회의를 열고 하나된 목소리를 내기 위한 의견을 모으고 있다.

도 관계자는 "전담 팀을 통해 자치분권에 대비하고 있지만 정책을 시행하는데 근거가 되는 관련 법안 제정과 개정이 더딘 상황"이라면서 "다른 광역지자체와 함께 대책 회의를 이어가면서 법안 통과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지방자치단체에 의한 '지방자치'를 넘어 지방의 주인인 주민들에 의한 '자치'에는 이르지는 못하고 있다는 지적하고 있다.
지난 20년간 지방자치를 이끌었던 '분권' 아젠다에서 이제는 지방정부와 시민과의 관계성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남재걸 단국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지난해 9월에 내논 '생활자치 개념 정립을 위한 시론적 고찰' 논문을 통해 "지난 20년간 우리나라 지방자치의 이슈는 국가로부터 보다 많은 자치권을 확보하는 논의에 매몰돼 있다"고 비판했다.

남 교수는 "지역사회의 이슈를 지방정부로 흡수하거나 공동체를 활성화해 지역사회 자체의 자활력이나 자생력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며 "지역사회의 성장은 지방정부의 역량을 강화하게 되고 이는 다시 지역사회의 성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의 시너지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지방정부 가치지향성도 변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인구가 100만에 이르는 수도권의 대도시들이 인간과 사람에 대한 가치를 우선으로 두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남 교수는 "지방자치가 부활한 초기에는 지방정부의 지향가치 중 '경제적 발전'을 이루는 지역을 만든다는 경제적 가치가 주를 이뤘다"며 "지방정부는 재정정책이나 통화정책을 할 수 있는 중앙정부와 달라 경제적 발전을 이루는데 한계가 있어 공동체, 복지 등으로 주요 가치를 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남춘 기자 baikal@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