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신음하는 인천항 (1)아우성치는 기업들
▲ 인천시와 해수부가 지난 9일 '인천 내항 미래비전 선포식'을 통해 내항을 해양 친수공간으로 개발하는 인천 내항 일원 마스터플랜이 발표됐다. 사진은 13일 월미전망대에서 바라본 인천내항 일대. /이상훈 기자 photohecho@incheonilbo.com

 

인천내항 인근의 창고업체 A사. 10여명 안팎의 직원이 일하는 이 회사는 인천 내항을 드나드는 화물을 보관했다가 필요한 곳으로 운송하며 영업한다. 매출도, 화물 규모도 작은 편에 속하는 소기업이다.

이 회사에서 일하는 30대 회사원 B씨는 '내항재개발 마스터플랜'을 보곤 "황당하다"고 입을 뗐다. 이 계획대로라면 A사는 사업을 접거나 자리를 옮겨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B씨는 "우리 회사뿐 아니라 지게차 기사, 운전기사 등 내항에서 일하는 사람의 생계를 모두 뺏는 일"이라며 "내항 사람들의 이야기도 안 듣고 이런 계획을 발표하는 건 이해할 수가 없다"라고 비판했다.

인천지역 항만업계와 산업계를 중심으로 '내항재개발 마스터플랜'에 대한 반감이 확산되고 있다. 중고차 수출 물량 25만대 이탈 논란에 이어 내항재개발이라는 쓰나미가 업계를 휩쓰는 중이다. 소수 대기업과 이전 여력이 있는 업체가 아니라, 바로 중소기업이 분노의 당사자들이다. ▶관련기사 3면 <인천일보 1월10일자 1·3·6면>

13일 인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내항에서 직·간접적으로 일하거나, 북성동·신흥동 일대 제조업과 운수·창고업체 등 내항 경제권에 포함된 노동자는 총 4만6000여명 정도다. 인천상의는 조만간 내항 인근 경제권을 조사해 구체적인 통계를 내놓을 예정이다.

인천상의는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 내항의 물류기능이 사라지면 기업에 충격이 올 게 뻔하기 때문이다. 자본력이 있는 대기업이 아닌 충격을 쉽게 흡수하기 어려운 중소기업이 핵심이다.

먼저 신흥·북성동에 자리 잡은 영세 제조업체 350여곳에 직격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제분·제당·사료 등을 가공하는 업체들이다. 한국지엠과 중고차 수출업체, 원자재와 중간재를 수출·입하는 중소기업도 영향권 안에 들어간다.

인천상의 관계자는 "2025년부터 시작되는 2·6부두만 따져도 이용하는 기업이 부지기수다. '때만 되면 난리'라며 불만이 대단하다"라고 말했다.

내항에서 물건을 배에 싣고 내리는 하역사(TOC) 인천내항부두운영㈜은 마스터플랜의 당사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책 없이 내항 물류기능이 사라지면 아예 폐업해야 할 지경이다.

김종식 대표이사는 "서두르는 이유를 모르겠다. 항만산업에 종사하는 입장에서 미래가 매우 불확실하다"라며 "항만을 이용하는 고객사에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말했다.

/박진영 기자 erhist@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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