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SOC(사회간접자본) 사업의 예비 타당성 조사 면제는 비수도권을 위한 것"이란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인천일보 1월11일자 1면)이 인천을 뒤흔들었다. 시민들은 "인천을 홀대하겠다는 의미"라며 강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관련기사 3면
현 정부의 인천 홀대 사례가 이것 뿐일까. 당장 문 대통령의 인천 공약 추진 상황만 봐도 인천의 암울한 현실을 알 수 있다. 제대로 시작도 못한 공약이 수두룩하다. <그래픽 참조>
▲집권 3년차 문재인 정부, 인천을 지우다
13일 인천시에 따르면 영종과 강화를 연결하는 서해평화도로 건설 사업은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조성 사업의 핵심 축으로 문 대통령이 이뤄내야 할 과제다. 인천 송도국제도시~남양주 마석을 잇는 80㎞ 구간의 수도권 광역급행철도 B노선(GTX-B) 건설 사업도 대통령 공약집에 담긴 주요 공약 중 하나다.
GTX-B는 수도권 상생 발전을, 서해평화도로는 광역교통 체계 구축과 남북 경제 협력의 활성화를 촉진한다는 점에서 반드시 조기 착공이 이뤄져야 하는데도, '정부의 무관심'으로 지금까지 한 발자국도 떼지 못했다.
이 같은 인천 홀대론은 문 대통령의 발언으로 더욱 짙어졌다. 문 대통령이 최근 신년 기자회견에서 "예타 면제는 지역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두 사업이 예타 면제 대상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사실상 대통령 임기 내 조기 착공이 불가능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뿐이 아니다. 문 대통령의 인천 공약 중 국내에 녹색금융밸리를 구축하기 위한 송도 녹색환경금융도시 조성 사업은 담당 중앙부처 조차 정해지지 않았다. 시는 금융 정책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가 맡아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는데, 정부는 듣는 둥 마는 둥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는 모습이다.
또 다른 공약인 부평 미군부대 조기 반환은 여전히 지지부진한 상황이고 계양테크노밸리는 최근 3기 신도시로 지정됐으나 정부의 구체적 지원 계획이 수립되지 않아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
수인선 청학역 신설은 사업성이 낮은 문제로 사실상 백지화된 상태다. 10개 안팎의 인천 공약 중 실현된 것은 '해경 부활과 인천 환원'밖에 없다.
▲더 이상 침묵해선 안 된다
지역에선 문 대통령이 수도권 배제·지방 중심을 국가균형발전 정책의 기치로 내세운 것를 두고 앞으로 수도권 규제가 더욱 강화돼 인천의 발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인천시에서도 걱정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시 관계자는 "주요 SOC 사업의 예타 면제와 지역발전투자협약 시범사업에서 인천이 규제를 받는 것도 문제지만, 이보다 현 정부 정책 기조가 수도권 규제 강화로 흘러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더 크다"고 털어놨다.
전문가들은 현 정부가 수도권·비수도권으로 갈라놓고 도시 간 불균형을 해소할 것이 아니라,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수도권을 대상으로 동반 성장을 꾀하면서 동시에 국가 차원의 균형 발전을 이끌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이도형 홍익정경연구소 소장은 "가뜩이나 홀대받는 인천을 배려하지 않은 채 국가사업 시행 대상을 수도권과 비수도권으로 획일적으로 구분하고 있어 인천시민을 두 번 울리는 상황이 일어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힘 있는 시장이라고 자부하는 박남춘 인천시장과 인천을 지역구로 둔 여당 실세 홍영표 원내대표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며 "이들의 침묵이 길어질수록 인천의 성장도 더뎌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박범준 기자 parkbj2@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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