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일 백산박물관 내에 수도관 파열로 훼손된 고서적이 방치돼 있다.

가야토기부터 민화까지 다양한 고미술품을 전시하는 인천 백산박물관이 수도관 파열로 유물이 훼손돼 1년 넘게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
유물 복구를 위해 국가배상을 신청했지만 감정가 문제로 기각돼 아직 보상 여부가 불확실한 상태다.

13일 백산박물관에 따르면 지난 2017년 9월 박물관이 위치한 중구 중앙동 A빌딩 앞 수도관이 파열됐다. 당시 수도관 주변으로 물이 솟아올랐지만 도로에 세워져 있던 차의 이동주차가 늦어져 복구 작업은 2일 후에 진행됐다. 그 사이 지하 1층에 있는 박물관은 큰 피해를 입었다.

수도관의 물이 수장고로 침범했고 보관 중인 유물 대부분이 젖었다. 훼손된 유물은 조선시대 고서적과 병풍, 묵서, 묵화 등 총 40점이다. 일부 유물들은 습기가 차고 곰팡이가 생겨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변형됐다. 박물관이 추정하고 있는 유물 가격은 2662만원이다.

박물관 측은 수도관 파열 사고가 발생한 같은해 11월 검찰에 국가배상을 신청했다. 국가배상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는 손해배상이다. 도로나 하천 등의 공공시설 관리 하자로 재산에 손해를 입었을 경우 배상을 신청할 수 있다.

그러나 유물을 구매했던 영수증과 감정가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기각됐다. 박물관 측은 고미술협회 등에 자문을 구했고 법원의 감정 평가를 거쳐 재심을 신청하기로 했다.

2013년에 개관한 백산박물관은 132㎡(40평) 규모로 크진 않지만 개항장 거리로 현장학습을 나온 학생들과 외국인 관광객들이 종종 찾던 곳이다. 과거 선조들이 사용하던 도자기와 토기, 촛대, 민화, 고서적 등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재개관이 늦어지면서 1년이 넘도록 '휴관'을 알리는 간판만 내걸려 있는 상태다. 박물관 측은 배상 절차에 문제가 될까봐 수도관이 파열됐을 당시 그대로 유물들을 방치해 두고 있다.

백산박물관 관계자는 "수도관 파열 이후 상수도사업본부 등에 진정서를 제출하기도 했지만 국가배상밖에 보상받을 방법이 없다고 하더라"며 "재심에서 좋은 결과가 나와 하루빨리 박물관을 정상적으로 운영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글·사진 김신영 기자 happy181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