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칭우 정치경제부장


"고마 해라, 마이 묵었다 아이가~."
새해 벽두부터 인천일보 지면에 부산이 '마이' 등장한다. 인천에 경찰서 1곳이 신설된다는 반가운 소식에도 치안수요가 급증하는데 비해 경찰관 수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10일자 사설에 부산이 언급됐다. 인구 수가 비슷한 부산은 경찰서가 15개인데, 우리는 11개밖에 안된다는 것이다. 같은 날짜 오피니언 '스펙트럼 인' 칼럼에도 6000억달러 수출돌파를 맞아 새해 첫 수출관문 방문지로 산업통상부장관이 부산을 찾았다는 소식을 실었다. 수출 '액'을 기준으로 우리나라 수출의 41%가 인천공항과 인천항을 통해 이뤄지는데도 29%에 불과한 부산항을 방문한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부산출신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이 참석해 대대적인 '행사'만 치렀던 인천내항 재개발 선포식에도 부산항과는 달리 항만기능에 대한 언급은 고사하고 국비투입 여부도 명확지 않은 것에 대한 여진도 여전하다. 연말에는 인천에서 버젓이 활동하고 있는 극지연구소를 제쳐두고 부산에서 극지주간 행사를 갖고 극지연구의 중요성을 설파했다는 것에 대해 지역사회가 뜨겁게 달아 올랐다.
백미는 몇 달 앞으로 다가온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이미 치렀던 부산에서 다시 개최해야 한다는 오만불손함에 있었다. 기사 첫 머리가 "부산의 욕심이 하늘을 찌른다"였다. 올해 30주년을 맞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는 지난해 싱가포르 특별정상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제안으로 국내 개최가 성사됐다. 한·아세안 대화 관계 수립 기념 20주년을 맞은 2009년에는 제주도에서, 25주년을 맞은 2014년에는 부산에서 각각 개최됐다.

그동안 국내에서 열렸던 정상급 정상회의를 살펴보자.
먼저 수도 서울. 2000년 아시아 21개국, 유럽 30개국이 참여하는 ASEM(아시아-유럽정상회의) 정상회의 개최. 2010년 20개국 주요 국가 정상이 참여하는 G20 정상회의 개최. 2012년 50개국 정상과 국제기구 대표가 참여하는 핵안보정상회의 개최. ASEM 정상회의에 대비해 코엑스를 확충하고, 아셈타워(지상 41층, 지하 4층)와 코엑스 인터컨티넨탈호텔 등을 추가 건립했다. 한국무역센터 건립 30돌을 맞아서는 G20 정상회의와 2012년 핵안보정상회의가 연달아 열렸다.

다음은 부산이다. 2005년 APEC과 2014년 ASEAN 정상회의를 연달아 개최했다.
세계인구의 40%, GDP의 52%, 교역량의 45%를 차지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는 21개 회원국 정상과 5000명의 국가별 주요 인사가 참여했다. 2014년 한·아세안특별정상회의에는 11개국 정상과 3000명이 자리를 함께 했다. 정부는 2005년 APEC 정상회담에 맞춰 누리마루APEC하우스 건립과 부산 벡스코 개·보수에 국비 1500억원을 투입해 정상회의를 정상적으로 치를 수 있는 인프라를 지원했고 부산시는 지역경제 기대효과가 어마어마하다며 자랑했다. 이 같은 인프라가 있었기에 2014년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도 개최할 수 있었고 지난해 아프리카개발은행(AFDB) 연차총회도 개최할 수 있었다.
제주의 경우 2009년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11개국, 3000명), 2017년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연차총회(77개국, 2000명)가 개최된 바 있다.
부산은 "컨벤션과 호텔시설, 관광 자원, 교통 등 충분한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고 2014년에도 같은 행사를 개최한 경험이 있어 가장 경쟁력이 있다"며 한·아세안특별정상회의 개최 5년만에 재유치를 하겠다는 생떼를 쓰고 있다.

그렇다면 인천은 송도컨벤시아 2단계 완성으로 컨벤션 기능을 갖췄고 주변 세계적인 호텔시설과 관광 자원이 어우러져 국내 최초의 국제회의 복합지구로 지정된 곳이다.
교통·인천국제공항에서 10분내 진입가능. 안보·보안·섬지역이라 통제도 좋음. 대한민국의 관문·수출액의 41%, 세계적인 바이오산업 밀집지라는 상징성.
여기에 북미정상회담이 열렸던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샌즈와 리조트 월드 센토사와 비교해 봐도 파라다이스, 시저스, 인스파이어 등 영종도 복합리조트가 2023년 제 모습을 드러내면 호텔 객실이나 컨벤션 홀, 카지노 등의 규모나 질적인 면에서 결코 뒤지지 않는 규모를 자랑한다.
욕심이 과하면 체하는 법, 사투리 그만 쓰시고 "많이 드셨으니, 이제 인천으로 넘기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