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환 논설위원

 

한 종편채널의 드라마 'SKY 캐슬'이 난리다. 지난 주말 시청률 19.2%를 찍었으니 어디까지 갈 지 궁금하다. 별로 보지 않던 채널인데도 SKY 캐슬만은 돈을 들여 모두 보았다. 유튜브 등에서는 앞으로의 이야기를 미리 점치는 영상까지 범람한다. 지상파 방송의 드라마들은 그간 '막장' 한마디로 요약됐다. SKY 캐슬도 막장이라면 막장이다. 그런데 대한민국 교육의 서글픈 현실에 대한 막장이다. 여기에 하나가 더 보태졌다. 저마다 가면을 덮어 쓴 '위선 투성이의 삶들'이 양념을 더한다. 블랙 코미디의 진수를 보여 주려는 듯 전체적인 화면의 톤도 블랙에 가깝다.

▶SKY 캐슬은 로스쿨 교수, 대학병원 과장 등 고소득 전문직들이 모여 사는 타운 하우스다. 이들은 자신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물려주기 위해 자녀들을 서울대 의대에 합격시키는 게 지상목표다. 자녀들은 숨을 몰아쉬며 총성없는 전쟁에 내몰리고 그 후유증은 극단의 선택을 낳기도 한다. "다 애들을 위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시청자 눈에는 "자식을 통해 허영심을 충족하려는 것"일 뿐이다. '코디네이터'는 이 드라마를 통해 보통명사가 됐다. 정수기 코디네이터가 아닌 학종(학생부 종합전형) 코디네이터였다. 학종으로 서울대 의대를 가는 시대에는 공부만 열심히 해서는 안된다. 수억원을 받는다는 코디네이터는 내신, 수능은 물론 온갖 스펙을 쌓는 일까지 설계하고 책임진다. 리더십 스펙을 위해서는 학생회장으로 만들어야 한다. 'SKY 캐슬'에서는 빽 없는 상대 학생의 비리를 찾아내 기어코 후보를 사퇴시킨다.

▶전국 모든 의대의 정원이 다 찬 뒤에야 서울공대 정원이 채워지는 게 오늘의 한국 교육이다. 학종은 독서, 봉사활동, 수행평가, 탐구활동 등까지 포함되니 부모 역량이 중요하다. 그래서 '학교생활기록부'는 '학교소설기록부'라 불신받는 게 현실이다. 주제음악 'We all lie'는 'SKY 캐슬'을 더욱 빛낸다. '우리 모두 거짓이야. 말해 봐 니 욕심들을. 돈, 명예, 외모. 베일 속 니 진실은 뭔데.…' '니 정체는 뭐야, 이거는 진짜 맞아'라는 후렴은 스토리를 집요하게 쫓는다. 극 중 어느 누구도 서로가 서로를 믿지 않는다. 다만 "누가 서울대 의대 합격에 쓸모 있을까"하는 속셈들이 춤출 뿐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 중에 '대학입시 단순화'란 게 있었다. 차라리 예비고사-본고사 시절이 좋았다는 얘기도 있지만 그럴 수는 없겠고. 다른 모든 공약에 앞서, 우리 아이들을 '난수표 대학입시'에서 해방시키는 게 먼저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