市 추진 '청년-기업-대학 모임' 화제 … 아이디어·일자리 등 공유
24일 아주대서 2회 개최

"청년을 사세요~" 지난해 11월. 수원시청 중회의실에서 지역 청년 100여명과 중소기업 30곳, 대학교 3곳 관계자들이 모여 분주히 입담을 털어놨다.

특별한 목적을 두지 않은, 그냥 '얼굴보고 대화하자'고 나온 이들이었다. '정책', '일자리', '아이디어' 등 분야를 막론한 정보와 의견이 오갔다.

대화가 트이자, 청년들은 강당에 서 자신이 갖고 있는 창업 아이디어 등을 소개했다. 기업과 대학 관계자들은 알지 못했던 재능을 접하고, 박수갈채를 보냈다.

경기도 최대 청년정책을 자랑하는 수원시가 이번엔 청년이 직접 기업에게 재능을 '세일즈(판매)'하는 특별한 모임을 추진하고 있어 화제다. 지자체 어디에도 전례가 없다.

이 모임으로 청년은 활로를 개척할 수 있는 기회나 정보를 얻고, 기업과 대학은 일자리·교육 활성화에 한발 가까이 가는 등 '윈윈(win-win)' 성과가 나오고 있다.

10일 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초 시 청년정책관 공무원들은 기업과 대학에 청년과의 소통을 요청했고, 기업·대학은 이를 받아들여 정기적인 모임을 갖기로 합의했다.

청년과 기업은 상생(相生)관계인데 첫 대면은 면접에서만 가능한 현실을 조금이나마 바꿔보자는 취지였다. 인력양성과 기업연구 등을 수행하는 대학도 포함해 시너지를 극대화했다.

이른바 '청년 UP(업) 클라우드'. 언제 어디서나 필요한 자료를 불러올 수 있는 '클라우드' 시스템처럼 청년-기업-대학의 공유를 이어가자는 뜻이다. 자발적인 모임이라 예산도 크게 소요되지 않는다.

막힌 대화가 뚫리니 청년들의 꿈은 구체화됐다. 지난해 11월 1회 첫 모임에서 대학생인 김효진(22·여)씨 창업 아이템 '무인세탁함'이 기업의 관심을 샀고, 420여개 기업이 입주한 영통 디지털엠파이어2에 실제 설치됐다.

뿐만 아니라 영상에 재능이 있던 청년은 기업에서 홍보영상 등 촬영을, 다른 청년은 전통시장에서 행사를 기획·진행하는 기회를 얻었다.

이 밖에도 참여 청년 모두 많은 정보를 습득할 수 있었고, 기업은 원하는 인재를 찾아보거나 교감을 토대로 더 좋은 경영방식을 구상하는 계기가 됐다. 대학은 교육, 연구에 동력이 더해졌다.

김주형 디지털엠파이어2 협의회장은 "청년과 기업이 함께하는 자리가 없다보니, 청년도 기업도 각자 추구하는 바를 실현하기 어려웠다"며 "정제되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노하우와 재능을 서로 공유하는 효과는 상당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부분 지자체는 청년 일자리 문제 해소를 위해 대규모 채용 현장을 여는 형태의 행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청년이 기업의 입맛에 맞춰야 하는 비창의적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박란자 수원시 청년정책관은 "일자리 등 청년 문제에 바로 직면할 것이 아니라 우선 관련성이 있는 기업 및 대학과 네트워크를 형성, 집단지성을 모아 풀어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관심이 커져 점차 규모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편 시는 오는 22일까지 청년을 모집, 24일 오후 아주대학교 종합관 1층 로비에서 청년 150여명을 비롯해 기업 30곳, 대학 3곳 관계자들과 2회 모임을 개최한다.

/김현우 기자 kimhw@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