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석동 연구소 부지' 개발대상에 포함
▲ 인천 서구 백석동 벽재도예연구소 가마터에서 고상순 명장이 직접 만든 도자기를 살펴보고 있다. 고 명장은 연구소 부지 흙을 이용해 수십년간 도자기를 만들었다. /양진수 기자 photosmith@incheonilbo.com


"소중한 흙이 아파트 건설로 파묻히게 된다니 … . 녹청자 맥이 끊길까봐 밤 잠도 이루기가 힘듭니다."
45년째 도예가로 활동 중인 고상순 명장에게 최근 큰 걱정거리가 생겼다.
한들구역 개발이 추진 중인 상황에서 아파트 건설로 녹청자를 만드는 원토를 잃어버릴 지도 모른다는 걱정이다.

고 명장은 현재 인천 백석동에 자신의 호를 딴 벽재도예연구소를 운영 중이다. 그는 지난 1983년부터는 서구 백석동에 터를 잡고 녹청자 복원활동에 매진했다. 자신의 집이자, 연구소 터에서 채취한 흙으로 녹청자 문화를 잇는 동시에 녹청자 문화, 교육을 통해 녹청자를 알리고 있는 것이다.

그는 연구소 부지 흙이 인천에서 찾아보기 힘든 녹청자 원토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녹청자 점토광이 한들구역 개발 대상지역에 포함되자 우려하고 있는 실정이다.

"연구소에는 녹청자를 만드는데 기본이 되는 점토광이 있습니다. 이것은 인천 어디에도 없는 겁니다. 녹청자도요지가 발견된 경서동도 아파트 개발로 흙이 사라져버린 마당에 이곳까지 개발로 매립되면 녹청자 원료인 수만톤에 달하는 점토가 하루아침에 사라지게 되는 겁니다."

고 명장이 주목받게 된 것은 바로 천년동안 단절된 녹청자 재현에 성공하면서다. 녹청자는 기존에 알려진 청자와 달리 광택 없는 녹갈색, 암갈색 등으로 따뜻하고 서민적인 한국형 청자로 불린다.
서구 경서동에서 녹청자가 발견돼 세상에 알려졌으며 녹청자도요지는 1970년 5월 사적 제211호 문화재로 지정됐다.

그는 녹청자 원토가 보존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도시개발로 우리 것을 지키려는 노력이 중단되는 것이 슬픕니다. 인천시와 서구가 녹청자를 지키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 주셨으면 합니다."

이에 대해 서구 관계자는 "고상순 명장의 이야기를 잘 알고 있다"며 "관계기관은 물론 녹청자 전문가들과 문제를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인천시 고시에 따르면 한들구역 도시개발사업은 서구 백석동 170의 3 일대 56만7567㎡ 규모에서 진행된다다.

/이은경 기자 lotto@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