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종 보호도서 지정에도 '무단침입' 잦아
"최대 서식지였던 곳에서 다시 번식 대책 세워야"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1급종인 노랑부리백로가 국내 최대 서식지였던 인천 옹진군 신도를 20년 넘게 찾지 않고 있다. 해마다 500여쌍이 날아왔던 이 섬이 유명세를 타면서 무단 침입이 잦아지자 노랑부리백로가 번식을 포기한 것이다.

10일 옹진군에 따르면 지난 1995년 이후 신도에서 발견된 노랑부리백로 둥지 수는 0개다. 25년 가까이 이곳에서 번식을 하는 노랑부리백로가 하나도 없는 셈이다.

노랑부리백로는 전세계 3000여마리밖에 없는 희귀한 여름철새다. 매년 3~4월쯤 동남아시아에서 한국으로 날아와 서해안 주변 무인도에서 번식 활동을 한다. 그중에서 신도는 1987년 국내 최초로 노랑부리백로 번식지가 발견된 3623㎡ 면적의 무인도다. 위치는 장봉도에서 서쪽 해안을 따라 약 25㎞정도 떨어진 곳에 있다.

그동안 노랑부리백로는 이곳에서 매년 500여쌍이 번식 활동을 해왔다. 하지만 1995년 3쌍을 끝으로 노랑부리백로 날갯짓이 뚝 끊겼다. 신도가 노랑부리백로 번식지로 유명세를 타자 섬을 찾는 발길이 늘었기 때문이다. 이에 환경부는 2000년 신도를 '특정도서'로 지정해 무단 침입을 막았다. 특정도서는 멸종위기 종이 서식하는 섬을 보호하고자 정부가 지정·관리하는 지역을 말한다.

하지만 그 후로도 침입 흔적은 꾸준히 발견되고 있다. 실제 옹진군이 지난해 8월 신도에 무인 카메라를 설치한 결과 섬에 들어온 흔적이 수차례 포착됐다. 이 기간 신도 근처에서 발견된 배 역시 54척에 달했다. 신도를 떠난 노랑부리백로는 옹진군 황서도·서만도 등지에서만 일부 개체가 확인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노랑부리백로가 다시 신도에서 번식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내를 찾는 노랑부리백로 절반 이상이 인천에서 발견됐던 만큼 번식지를 지켜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김대환 인천야생조류연구회장은 "노랑부리백로가 신도를 떠났던 가장 큰 원인은 번식지를 훼손한 무단 침입"이라며 "번식지에서 쫓겨나는 새들을 보호하기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옹진군 관계자는 "곧 노랑부리백로 번식기가 다가오는 만큼 신도에 무단 침입이 계속되지 않도록 예방책을 마련할 것"이라며 "특히 무인 카메라 등을 통해 최소한 번식기 동안에는 집중적으로 감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임태환 기자 imsens@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