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초대석] 박영화 한국중고차수출조합 회장
[금요초대석] 박영화 한국중고차수출조합 회장
  • 박진영
  • 승인 2019.01.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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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중고차 수출 일본 넘는다 … '단지'만 있다면"
▲ 지난 9일 인천 연수구 프로물류센터에 위치한 조합 사무실에서 만난 박영화(52) ㈔한국중고차수출조합 회장. 박 회장은 2000년부터 인천에서 중고차 수출업을 해 온 지역 기업인이다. 박 회장을 비롯한 중고차 수출업계는 최근 인천에 '중고차 수출단지'를 만들어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박 회장은 "인천은 제2의 고향"이라며 "합법적인 중고차 수출단지가 들어서면 수출 물량을 크게 늘리면서 지역경제에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년 운영하며 가장 힘든건 '이사' 짧으면 6개월, 길어봐야 1년 단위
군산은 위치상 물동량 처리 한계 … 등떠밀어도 가려는 업체 없을 듯
합법적 환경 갖춰 경쟁력 높이면 일자리 늘고 각종 시비도 사라질 것


20년 가까이 인천에서 중고차를 수출했다. 바이어를 만나고, 해외에 나가 판로도 개척했다. 쉬운 길은 아니었다. 어렵사리 일궈놓은 단지를 내어주며 인천 곳곳에 빈 땅을 찾아다닐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그는 지금이 가장 위기이자 기회라고 말한다.

박영화(52) ㈔한국중고차수출조합 회장은 지난해 11월 인천에 번듯한 중고차 수출단지를 만들어야 한다는 내용의 호소문을 인천시에 보냈다. 편지에는 땅을 찾지 못해 인천을 떠날 수밖에 없다는 아픔이 담겨 있었다.

중고차는 매년 인천항을 통해 25만대씩 나갈 만큼 '효자' 수출품이다. 지난 9일 오후 연수구 아암대로 길가에 있는 프로물류센터 조합 사무실에서 박 회장을 만났다.

▲인천서 기업 20년 했는데 … '셋방살이'의 설움

박 회장은 1967년 전남 장성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냈다. 학창시절은 경기도 안양에서 보냈다. 대학 졸업 후 회사 생활을 하다가 1998년쯤 중국무역에 뛰어든다. 첫 사업은 농산물 수입이었다. 기회는 2000년에 찾아왔다. 중고차 수출이 대기업에서 독립한 상사인 중심으로 몸집을 키울 때였다. 중고차 수출 회사들은 차를 배에 싣기 좋은 인천항 주변으로 하나 둘 모여들었다.

"자동차 수출을 하던 지인이 있었어요. 수출입에 소양이 있다며 같이 일하자고 권유했었죠. 그때부터 인천에서 일하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한진4보세(북항 배후부지)에 자리를 잡았어요."

시작은 만만치 않았다. 그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심정이었다고 한다. 중고차 수출업에 뛰어든 모두가 상사정신(商士精神)으로 해외 시장을 개척하던 때였다. 수익은 많았고, 사람은 모여들었다. 70~80개였던 업체가 3년 사이 3000개까지 늘었다. 박 회장은 중고차 수출업과 함께 몽골에서 택시회사를 운영하기도 했다.
중고차를 택시로 활용하는 사업 아이템이었다. 다른 기업인들도 해외에서 중고차와 관련된 사업 아이템을 찾아 기업을 꾸렸다.

하지만 환경이 문제였다. 제대로 된 단지가 없다보니 잠깐 땅을 빌렸다가 토지주가 개발에 나서거나 땅을 팔면 자리를 비워줘야 하는 상황이 반복됐다. 짧으면 6개월에서 길어봐야 1년 단위로 임대계약을 체결했다고 한다. 셋방살이의 설움과 같았다. 지금 조합 사무실이 위치한 프로물류단지도 오는 4월이면 도로공사 문제로 절반 정도는 비워줘야 할 판이다.

"제 업체도 4보세에서 시작했다가 2보세, 송도, 아라오토, 이넥스단지(북항), 송도로 여러 차례 옮겼어요. 아픔이 있었죠. 새로운 땅을 알아봐야하고, 적응해야하고, 거래처에 새 주소를 알려야 했어요. 원룸을 살더라도 이렇진 않잖아요. 20년 세월을 돌아보면 항상 불안정했어요."

▲"시장 어려워도 단지 있으면 시스템 갖춰질 것"

지금 중고차 수출시장은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역시 자리가 문제였다. 중고차 수출물량의 88%가 처리될 만큼 인천은 중고차 수출의 메카로 자리 잡았지만, 셋방살이 신세는 여전했다. 가까스로 옛 송도유원지 인근에 터를 잡았어도 단지는 무질서했고 민원은 빗발쳤다. 번듯한 수출단지가 있었다면 벌어지지 않았을 일이다.

2008년 이후 경쟁이 심해지면서 외국인들이 국내 시장에 치고 들어오는 문제도 있었다. 일부 해외 바이어들은 큰 물량을 무기로 직접 국내에 회사를 차렸다.

가격도 크게 깎아 차를 사들였고, 물류비용도 제 값을 받지 못했다. 포워딩도 바이어가 지정하는 곳을 이용해야만 했다. 국내에 떨어지는 이윤은 작았고, 바이어의 몫이 커졌다. 국내 업체가 커지기 힘든 구조가 이어졌다. 대규모 자본이 돈을 버는 '약육강식'이 이어졌다.

이런 문제들이 켜켜이 쌓여있었지만 해결은 어려웠다. 중고차 수출에 관한 법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데다, 매번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 담당 공무원이 바뀔 때마다 사정을 다시 설명하고 설득해야 했다.

"중고차 산업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려면 번듯한 단지가 있어야 해요. 일단 단지가 있으면 시스템은 차차 갖출 수 있습니다."

박 회장은 중소기업 수준의 중고차 업체들이 살아남고 시장을 확대하려면, 큰 자본을 가진 기업들이 해외에서 '매출경쟁'을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작은 업체가 공급하는 수출 물량을 뺏기보다, 해외 시장을 개척해 더 많은 차를 팔 수 있도록 전체 시장을 키우자는 뜻이다.

"작은 기업이 할 수 없는 부분은 큰 기업이 해주셔야 한다고 생각해요. 매입경쟁보다 매출경쟁을 해야 합니다. 해외 시장을 더 개척해 지금보다 좋은 가격에 더 많은 차를 팔아주셨으면 좋겠어요."

▲"군산 단지 비판할 필요 없어 … 인천 경쟁력이 더 중요"

박 회장은 최근 정부가 발표한 군산 중고차수출단지 사업 계획에 대해 너무 경계할 필요가 없다고 지적한다.

군산에서 처리할 수 있는 물동량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인천은 수도권에서 차를 사서 수출하기에 최고의 장소다. 반면 군산은 충청남도 남쪽 지역에서 차를 사들여 수출하기에 적합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박 회장은 군산으로 물량이 빠지더라도 소규모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군산에 단지가 들어서는 게 문제가 아닙니다. 대다수 중고차 업체에게 내려가라고 강요해도 안 내려갈 겁니다. 중요한 건 인천에서 더 많이 수출할 수 있도록 환경을 갖춰주시는 겁니다. 인천의 경쟁력을 높여주셨으면 좋겠어요."

▲2019년, 수출 100만대를 희망하다

박 회장에게 "희망이 있느냐"고 물었다. 박 회장은 있다고 답했다. 인천 어딘가에 중고차 업체들이 마음 놓고 영업할 수 있는 단지가 생겨야 한다는 게 전제조건이다.

영세업체들이 이곳저곳 흩어졌다가, 쫓겨나듯 다른 곳으로 옮기거나 각종 불법시비에 휘말려 영업을 못하게 되는 '악순환'을 끊는다면 가능하다고 했다.

"제2의 부흥이 반드시 올 거라 생각합니다. 각종 불법시비는 단지가 마련되면 다 해결될 겁니다. 정비할 수 있는 구역을 따로 두고, 불법적인 일이 없도록 폐쇄회로화면(CCTV)을 곳곳에 달면 됩니다. 자발적으로 달 수 있습니다. 차량이 얼마나 들어와서 얼마나 나가는지 정확히 통계를 낼 수 있으면 금융기관도 중고차 업체에 돈을 안심하고 빌려줄 수 있습니다. 그럼 외국 대규모 자본에 예속될 이유도 없고요."

박 회장은 합법적인 단지에서 좋은 환경을 갖추고, 일할 수 있는 상황이 된다면 일자리도 늘어날 거라고 약속한다. 단지 주변에 정비업체·바이어들이 묵을 숙박업체·식당가·금융기관까지 들어서면 일자리가 늘어날 여지는 충분하다.

"정말 할 말이 많아요. 20년간 인천에서 사업을 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하고 싶어요. 여기에서 일하는 많은 분들이 같은 생각을 하고 계실 겁니다. 인천시와 인천항만공사가 중고차 수출단지 조성 방안을 구정선물로 주셨으면 좋겠어요. 희망을 주신다면 정체된 수출 물량이 100만대씩 수출하는 일본을 앞지를 수 있을 겁니다."

/글·사진 박진영 기자 erhist@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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