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 입고 손 번쩍 들어 눈 맞추고
예상치 못한 질문·답변엔 '폭소'도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기자회견에서는 질문권을 얻기 위한 기자들의 경쟁이 단연 눈길을 끌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사전에 질문과 질문자를 정하지 않고 신년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청와대 본관에서 오전 10시 기자회견문을 발표하고 영빈관에 도착한 문 대통령은 자리에 앉자마자 "제가 직접 질문할 기자를 지목하겠다"며 곧바로 문답에 들어갔다.

문 대통령을 중심으로 부채꼴 모양으로 앉은 200여명의 내외신 기자 중에는 한복을 입고 온 기자가 있는가 하면, 일부 기자들은 핸드폰과 책을 손에 쥔 채 손을 번쩍 들어 대통령과 눈을 맞추고자 했다. 비교적 격의 없이 회견이 진행된 덕에 종전에는 볼 수 없었던 장면이 연출됐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보내온 친서와 관련한 질문에서는 문 대통령의 답변에 이어 한 기자의 추가 질문이 이어졌다. 예상치 못했던 질문과 답변에는 순간순간 폭소가 터져 나왔다. 북미 간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비교적 긴 분량의 질문이 나오자 문 대통령은 "우리 기자가 방안(답)을 다 말했다"면서 "저도 (북미를) 설득하고 중재하겠다"고 말해 기자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문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언론 보도와 관련한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털어놓기도 했다. 노영민 신임 비서실장 인선을 통해 '친문(친문재인)' 색채가 짙어졌다는 언론의 평가를 두고서는 "안타깝다"면서 "청와대 참모는 대통령 비서라 친문 아닌 사람들이 없는데 더 친문으로 바뀌었다 하면 물러난 임종석 전 비서실장이 섭섭하지 않겠나"라고 말해 좌중에서 웃음이 나왔다. 80분간 진행될 예정이던 기자들과의 문답 회견은 예정된 시간을 10분가량 넘겨서까지 이어졌다.

문 대통령은 일문일답을 마친 뒤 떠나면서 "언론과 정부는 서 있는 위치는 다르지만 더 나은 대한민국, 공정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 함께 잘사는 포용국가를 향해 간다는 점에서 서로 같다고 본다"며 "더 나은 대한민국을 위한 한 팀이라는 생각을 늘 해주시면 고맙겠다"고 당부했다.

이날 회견장에는 지난해 신년 기자회견 때와 마찬가지로 참석자들의 긴장을 풀어줄 대중가요가 흘러나왔다. 반면 노영민 비서실장과 김수현 정책실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등 3실장과 수석비서관들은 지난해와 달리 별도의 참모진 구역에 앉지 않고 기자들 사이에 앉아 눈길을 끌었다.

/이상우 기자 jesuslee@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