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의 "인근 산업체 존폐 걱정"
항운노조 "시,산업 유치 역행"
9일 오전 '인천 내항 미래비전 선포식'이 열린 인천 중구 하버파크호텔 현장. 항만업계 인사 가운데 유일하게 초청된 이귀복 인천항만발전협의회장은 발표가 끝난 뒤 기념촬영이 이뤄지는 중에도 자리를 지켰다. 행사 진행요원을 비롯해 여러 명이 "같이 찍으셔야 한다"고 권유했지만, 이 회장은 손사래를 쳤다. 박남춘 인천시장까지 나섰다. "이귀복 회장님, 나오세요. 나오셔야 한다니깐." 이 회장은 끝까지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왜 기념촬영을 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이 회장은 "내가 저기에서 사진 찍을 일이 있느냐"고 되물었다. 이 회장은 인천항 하역업체·해운업체·선박수리업체·카페리업체·육상운송업체·관련 협회 및 단체 등 120곳이 속한 협의회의 대표를 맡고 있다. 선포식에 참여한 한 인사는 "업계가 얼마나 화났는지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했다.

이날 '인천 내항 일원 마스터플랜'이 발표된 직후 인천지역 경제계와 항만업계는 일제히 격양된 모습을 보였다. 지역 경제계의 대표격인 인천상공회의소가 포문을 열었다. 이날 인천상의는 '인천내항 일원 마스터플랜에 대한 경제계 입장문'을 내고 내항 재개발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인천상의는 "인천 내항은 우리나라 산업 근대화의 거점으로 지역 경제 또한 내항을 중심으로 발전했으며 현재도 내항 인근에 지역 경제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산업체들이 많다"면서 "마스터플랜은 사실상 내항의 항만기능을 없애겠다는 것이다. 내항을 통해 원자재와 제품을 수출입하고 있는 인근 산업체에서는 존폐를 걱정하고 있으며 이들이 무너지면 지역 경제도 심대한 타격을 입게 된다"고 지적했다.

인천항운노동조합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항운노조 관계자는 "재개발을 원천적으로 반대하는 건 아니다. 대신 업체와 조합원들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보장된 뒤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인천시가 항만을 너무 가볍게 생각하는 것 같다. 군산, 평택, 당진 등 모든 지역이 어떻게든 산업을 유치하려고 하는데, 인천시는 역행하는 것 같다. 매우 안타깝다"라고 꼬집었다. 한 업체 관계자는 "이번 마스터플랜은 경제 살리기가 아니라 죽이기나 다름없다"라고 혹평했다.

/박진영·곽안나 기자 erhist@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