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 상실 전제로 계획 세워
문화·업무·주거 등만 포함
타 지역 '탈출 러시' 불 보듯
▲ 9일 인천 중구 하버파크호텔에서 열린 '인천내항 일원 미래비전 선포식'에서 인천내항 개발에 대한 명확한 마스터플랜이 발표됐다. 사진은 김영춘 해수부 장관이 발표한 1단계 개발 예정지인 인천내항 전경(사진 아래)과 내항 조감도(사진 위). /양진수 기자 photosmith@incheonilbo.com

 

 

인천시와 해양수산부가 9일 발표한 '인천내항 일원 마스터플랜'은 연간 2000만t의 화물을 처리하는 내항의 물류기능을 무시한 계획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지난해 내항 기능을 살려야 한다는 취지로 부두운영사(TOC)를 통합해 놓곤 물류기능을 아예 없애는 계획을 내놓았다는 점에도 비판이 쏠리고 있다. 내항 기능을 상실한 뒤에 마스터플랜을 실행한다는 전제조건이 있더라도, 앞으로 사업 확장이나 시설 보강은 물 건너 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9일 인천항만공사(IPA)와 항만 업계에 따르면 인천내항 물동량은 지난해 2107만3000t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인천항 전체 물동량이 1억6300만t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전체 항만 물동량의 13% 정도를 내항에서 처리하는 셈이다. 주로 화물은 주로 철재·잡화·사료부원료·자동차 등이다. 내항이 엄연히 화물을 처리하고 있는데도 마스터플랜 계획에는 문화·업무·주거·산업지구에 대한 내용만 담겨있을 뿐, 물류기능은 아예 빠져 있다.

특히 대체부지나 부두 계획도 없는 상태다. 해수부 관계자는 "이번 마스터플랜 계획은 내항 기능이 상실됐을 때를 전제로 하는 것"이라며 "대체시설 계획은 없다"고 답했다.

지난해 내항 기능을 활성화하고 경쟁력을 키운다는 취지에서 내항 TOC 10곳을 1개 법인으로 통합해 놓곤, 내항을 아예 폐쇄하는 수준의 계획을 정부가 내놨다는 점에도 비판이 제기된다.

당시 해수부는 내항 TOC의 경영여건을 개선해야 한다며 사실상 반강제로 법인을 통합했다. 정부가 민간회사를 강제한다는 점 때문에 논란이 적지 않았던 사안이다. 이 과정에서 사용하는 부두 수가 32개에서 27개로 줄고, 내항 근무 인력도 800여명에서 600여명 수준으로 감소했다.

이번 계획 발표로 항만업계는 크게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어차피 재개발 예정인데, 시설 개·보수, 신축, 확장은 필요 없다는 여론이 생길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이대로라면 항만 인근 업체들이 인천에서 벗어나 타 지역으로의 '탈출 러시'가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런 상황인데 인천에서 사업을 할 수 있겠느냐"라며 "시설 확장은 커녕 보수도 눈치가 보일 판"이라고 말했다.

/박진영 기자 erhist@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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