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 일정, 공무보단 관광에 가까워 … 공개 안한 곳도
계획심사과정 불투명

 

지난해 11월 초 일본으로 공무국외연수를 떠난 인천 동구의회 의원들은 도시재생지를 견학한다며 1635년 조성된 도쿄 하마리큐 정원을 찾았다. 섬 지역을 대변하는 옹진군의회는 같은 해 10월 초 7박9일 일정으로 터키 이스탄불 고대 유적지를 둘러봤다. 오스트리아·독일까지 날아갔던 서구의회와 일본을 둘러본 강화군의회는 연수보고서도 공개하지 않았다.

말썽을 빚고 있는 지방의회 해외 연수가 인천 기초의회에서도 되풀이되고 있다. 견학·시찰을 내세워 관광으로 일정을 채우고, '깜깜이 보고서'로 외유를 덮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9일 인천 10개 군·구의회를 전수 조사해보니 계양구의회·연수구의회를 제외한 8개 군·구의회가 지난해 하반기 공무국외여행을 다녀온 것으로 확인됐다.

해외 연수는 8대 기초의회가 출범한 지 3~4개월밖에 되지 않은 시점인 지난해 10월 초부터 11월 중순 사이에 집중됐다. 첫 테이프를 끊은 옹진군의회는 7박9일로 터키를 갔고, 남동구의회와 서구의회는 독일·네덜란드·오스트리아 등 유럽을 둘러봤다. 부평구의회와 미추홀구의회는 호주, 동구의회와 강화군의회는 일본으로 향했다.

정작 연수보고서로 확인된 일정은 '선진지 시찰', '우수 정책 발굴'과는 거리가 멀었다. 지난해 10월22일 네덜란드·독일로 떠난 남동구의원 15명은 5박7일간 공식 방문 일정을 6개만 소화했다. 나머지는 유명 관광지 탐방이었다. 같은 달 28일 호주로 출발한 부평구의회 행정복지위원회도 도서관이나 사회복지시설을 둘러봤지만 기념품·의류 판매 매장과 블루마운틴 국립공원 시찰로 아예 하루를 채운 날도 있었다.

공무국외여행 계획을 사전 심사하는 과정도 불투명하다. 해외 연수에는 의원 1명당 300만원 정도의 예산이 지원되는데, 심사회의록을 공개하는 군·구의회는 일부에 그친다. 심사위원회 역시 당사자가 위원으로 참여해 '셀프 심사'하거나, 연수에 대해 답변할 의원들은 빠진 채 계획서만 형식적으로 검토되기도 한다. 예를 들면 지난해 10월10일 1시간여에 걸친 부평구의회 공무국외여행 심사는 의회 사무국 직원의 계획 설명과 여행사 측과의 문답으로 진행됐다.

서구의회와 강화군의회는 해외를 다녀온 지 2개월여가 지나도록 연수보고서조차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리지 않았다. 서구의회 측은 "게시되지 않은 줄 몰랐다"고 했고, 강화군의회 관계자는 "내부적으로만 보고서를 작성하고 따로 공개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