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홍 인천대 무역학부 교수


2019년, 기해년이 시작됐다. 새해 인사로 황금 복돼지가 등장하고, 돈 많이 벌라는 새해 덕담들을 나눈다. 황금돼지 그림만 봐도 왠지 새해에 경제적으로 좋은 일이 있을 것 같다. 하지만 2019년의 경제 전망은 그리 밝지만은 않다.
KDI의 2018년 12월 경제동향에 따르면 2019년 경제성장률은 2018년보다도 하향 조정된 2.6%로 전망되고 있다. 국내 경제전문가들도 우리 경제가 2019년에 2%대 중반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고, 경제성장률을 비롯한 대부분의 경제지표가 하향 조정되는 등 우리 경제 전반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가 많다.
대외적으로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 위기 등 세계 경제가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으며, 국내 경제 요인으로는 설비투자 부진, 금리 인상과 가계 부채 부담 중가, 소비자 경제 심리 위축 등의 요인으로 2019년 한국 경제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현 정부의 경제 근간인 소득주도형 경제성장 정책은 분배 구조를 개선하려는 정책이다. 분배 정책을 논할 때 허쉬만의 '터널 효과'를 흔히 인용한다. 터널효과란 터널 속에서 두 개 차선의 길이 모두 막혔을 때 처음에는 잘 참고 있지만 한 차선 차량들이 먼저 움직이면 다른 차선 사람들의 불만이 쌓이게 된다는 것이다. 경제 성장 초기에는 소득 불평등에 대해 저소득층이 어느 정도 참고 있지만 경제가 점차 성장기에 접어들고 고소득층과의 분배 격차가 커질수록 상대적으로 저소득층의 불만이 점점 커지게 된다는 이론이다. 경제의 탄력성 측면에서도 소득의 변화에 대해 고소득층의 소비는 크게 영향을 받지 않지만 저소득층일수록 소득의 증가에 비해 소비의 증가가 탄력적으로, 즉 더 큰 폭으로 증가하게 된다. 저소득층이 감소하고 중산층이 증가할수록 소비가 튼튼해지고 경제 성장이 이뤄진다.

한국 경제의 분배 구조 개선은 보수와 진보 등 이념 논쟁과도 상관이 없는 것 같다. 박근혜 정부 초기의 '중산층 70% 재건 프로젝트'와 같은 정책도 분배 구조를 해결하려는 정책의 일환일 것이다. 그러나 분배 정책만이 경제 정책의 모든 수단이 될 수는 없다.
준비 없는 분배 정책의 일변도는 자칫 시장에 충격을 주고 경제 심리가 위축된다. 소득 분배 정책의 수단으로 누진세와 같은 조세 정책, 저소득층 지원과 같은 사회보장 제도, 최저임금제도 인상 등의 정책을 들 수 있다. 그러나 거시 경제 정책에는 항상 순기능과 역기능이 있다.

누진세나 사회보장 제도는 국가 경제의 세원의 부담, 조세 저항의 문제가 있으며, 최저 임금제 인상은 노동자들의 소득의 증가 효과는 있지만 기업의 비용 부담으로 노동자 해고 등 고용 감소로 이어지게 된다.
최근 자영업자들의 인건비 상승 부담으로 인한 경영 수지 악화 등의 현상이 그 사례다. 분배 정책의 방향과 필요성이 인정되지만 단기에 시장은 심리적으로 위축되게 된다. 시장의 심리적 위축을 완화시키는 정책이 선행돼야 한다. '성장' 인가 '분배' 인가 하는 정책기조가 문제가 아니라 경제 정책의 선후관계가 명확해야 한다. 지난해 12월에 발표된 자영업자 성장·혁신 종합대책을 예를 들면 선후관계가 바뀐 사례라 할 수 있다.

최저임금제 인상 정책이 정부의 기조라면, 소규모 영세 상공인, 자영업자들이 먼저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것을 예측했다면 미리 이런 자영업자 지원 대책을 마련하고 임금 인상에 대한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완충 장치를 먼저 마련했어야 한다. 이번 자영업 지원 대책으로는 카드 수수료 인하, '소상공인 페이' 전통시장 시설 현대화 등 대책이 있으나 기존의 소상공인 지원 정책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근본적으로 자영업의 경영 구조 개선과 자영업을 이용하는 고객 만족을 높이기 위한 경쟁력 강화 지원 정책 등 근본적 대책은 미흡하다. 무엇보다도 임금 인상으로 인한 잦은 직원 해고나 교체 등으로 인한 양질의 노동력 확보를 위한 정부의 고용 안정 지원 대책이 절실하다.

골이 깊으면 산이 높다고 경제가 침체될수록 경제 성장기가 또 오게 될 것이다. 그러나 단순히 노력을 안 하고 정책의 효과가 있다고 기다리기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정부의 현장 경제 문제에 대한 충분한 소통과 시기적절한 기업에 대한 지원정책 등 각고의 노력으로 경제가 되살아나는 기해년 한해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