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윤 인하대 아태물류학부 교수

2018년 우리나라 수출액이 6000억달러를 돌파했다. 어수선한 국내 경제 상황과 한미자유무역협정 개정, 미·중 통상마찰 등 대외적으로 많은 악재가 있었지만 세계에서 7번째로 수출액 6000억달러를 넘어서는 쾌거를 올린 것이다. 우리나라의 수출은 1948년 처음 1900만달러를 기록한 이후 2018년까지 70년 간 3만배 증가하는 믿기 어려운 성과를 이뤄냈다.
전체 교역규모를 살펴보면 6055억달러의 수출과 5350억달러의 수입 실적을 기록함으로써 총 무역액 1조1405억달러, 무역수지 705억달러를 달성했다. 이에 따라 세계에서 차지하는 우리나라의 무역비중은 3.1%로서 세계 9위, 수출비중은 3.4%로서 세계 6위의 자리를 2년 연속 지켰다.

우리나라 수출과 관련하여 인천은 어떠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을까? 인천이라는 행정구역 자체에서 발생하는 수출량은 많지 않다. 그러나 국제무역은 필연적으로 국제물류활동을 수반한다.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이 국제운송부문이다. 많은 국민들이 우리나라의 수출 관문을 부산항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올해 첫 현장 방문 장소로 부산신항을 선택한 이유도 이러한 상징성 때문일 것이다. 부산항은 해상물동량 기준으로 우리나라 최대의 수출항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수출액을 기준으로 할 때 우리나라 수출의 41%는 인천공항과 인천항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관세청 자료에 따르면 인천공항은 우리나라 수출액의 33%를, 인천항은 8%를 책임지고 있다.

부산항의 비중이 29% 정도임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의 실질적인 수출 관문 도시는 부산이 아닌 인천이다. 인천공항은 IT, 바이오, 의약 등 첨단 산업이 위치한 수도권을 배후지로 삼고 있으며 인천항은 중국과 동남아지역에 대한 우수한 접근성을 보유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 수출과 교역의 성장을 인천이 떠받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수출에는 몇 가지 불안요소가 존재한다. 먼저 수출상대국이 편중되어 있다. 우리나라 5대 수출국인 중국, 미국, 베트남, 홍콩, 일본의 비중이 57%에 이른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69%에 달하는 무역의존도를 감안할 때 이들 국가와의 교역에서 문제가 발생한다면 우리경제에 타격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특정 제품군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높다. 2018년 우리나라의 반도체 수출은 1267억달러, 일반기계는 536억달러, 석유화학은 501억달러로서 전체 수출액에서 3개 제품군이 차지하는 비중이 38%를 초과한다.

글로벌 IT 기업들의 빅 데이터 저장시설 투자가 조정에 들어섰고 유가하락과 주요국 건설·제조업 경기의 하강국면이 겹치고 있는 현 상황을 감안한다면 올해 이들 제품의 수출전선은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대외적인 무역환경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예를 들어 환태평양지역 11개국이 참여하는자유무역 지대인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이 작년 12월 발효된데 이어 유럽연합(EU)과 일본의 경제연대협정(EPA)이 금년 2월 발효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유럽 등 세계시장에서 일본제품에 대한 우리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또한 4차 산업혁명으로 대변되는 기술·산업구조 개편이 선진국을 중심으로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다. 인공지능, 자율주행, 음성인식 플랫폼, 블록체인, 5G 통신 등 이미 우리에게 익숙해진 새로운 기술과 제품이 속속 출시되고 있다.

그렇다면 인천은 어떤 준비를 해야 할 것인가. 인천공항과 인천항에 대한 투자 확대, 서비스 노선의 증설, 수도권 접근성의 향상이 필요하다는 것은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 보다 중요한 것은 인천이 수도권 관문으로서의 기능은 물론 새로운 형태의 무역을 창출하는 첨단산업도시로 변모할 기회를 포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어떻게 가능할까? 그 방법 중 하나는 세계 최고의 기술 및 개념설계 선진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과 최단거리에 위치한 지리적 이점을 극대화하여 중국의 유력 대학, 연구소, 산업계와의 다각적 협력을 적극적으로 이끌어내는 것이다. 마침 3기 신도시로 지정된 계양에 또 하나의 '테크노밸리'가 들어선다고 한다. 2017년 판교 테크노밸리 입주기업의 매출액은 79조원으로서 부산과 인천의 지역내 총생산(GRDP)과 맞먹는다. 인천이 우리나라 경제와 국제교역을 위해 더 큰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창의와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