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수 논설실장

 

드럼통을 자르고 두드려 차체를 만들던 1950년대 후반 국산차 '시발'(始發)이 처음 생산됐다. 주로 미군 지프 엔진을 얹어 조립하는 재생자동차산업이 번창했던 시대다. 중고자동차 부품을 갖고 신차를 만들어낸 한국인의 의지가 남달랐다. 새나라자동차, 신진자동차, 현대자동차 등 초기 한국 자동차산업을 이끈 간판들이다. 코로나, 코티나, 포니 등이 한국 자동차의 원조 역사로 기록됐다.
첫 자동차 수출은 1976년 에콰도르에 팔린 6대의 포니였다. 이제 한국자동차 시장은 세계를 이끄는 수준으로 발전했다. AI를 탑재한 첨단 과학시대의 총아로서 변신을 거듭하는 상황이다. 그런가 하면 자동차 수출 40여 년 만에 한국 중고차가 중동, 아프리카, 아시아, 남미 등지에서 상당한 몸값으로 대접받는 시대다.
중고자동차 수출의 전진기지는 인천이다. 수출 중고차 10대 중 9대가 인천항에서 실려 리비아, 도미니카공화국, 요르단 등지로 팔려나간다. 지난 연말 화마로 검게 그을린 채 인천 내항에 정박했던 오토배너호(5만2000t급)가 해체장소인 방글라데시 치타공(Chittagong)으로 출항했다. 인천항만 역사상 가장 큰 선박 화재로 기록됐다. 선적 중고차 2438대 중 1460대가 완전 소실됐다. 리비아로 팔려나갈 중고차들이었다.

지난해 중고차 수출은 35만대를 넘어 비교 전년보다 20%를 상회하는 실적을 올렸다. 중고차 수출 호조로 인천항의 물량도 대폭 증가했다. 하지만 성장 가능성이 높은 인천 중고차 수출 사업에 오히려 정부는 군산 중고차수출단지를 조성하겠다고 찬물을 끼얹었다. 균형발전이라는 논리다. 풍선효과에 불과한 균형발전이야말로 지역경제를 한 순간에 무너뜨리는 불균형 정책일 뿐이다. 그동안 민원 갈등을 겪은 송도유원지 일대의 330개 중고차 수출업체의 안정적인 사업기반을 조성하고 물량 증가에 대비하기 위한 대체 부지를 조성해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졌으면 한다.

인천항만공사(IPA)가 내놓은 인천항 첨단 자동차 물류 클러스터 조성 프로젝트의 성과를 기대한다. IPA가 추정한 '연간 900억원의 생산유발효과, 327억원의 부가가치 창출, 570명의 고용유발효과' 등이 실현되길 바란다. 이번 중고차 지역현안 논의에 팔을 걷고 나선 인천항발전협의회, 인천상공회의소, 인천경실련 등 사회단체와 시민이 합심해 인천 중고차 수출 물동량 100만대 시대를 열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