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 횡포' 더이상 안돼!


경기도, 전국 두번째로 많아 … '상시·대대적 단속' 제기
피해·제보자 보호 등 사회시스템·인식 변화 필요성도


지난해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군 키워드는 '갑질'이다.

갑질은 이해당사자간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자(갑)가 사회적·경제적 신분과 지위 등을 이용해 상대방(을)에게 하는 부당한 행위를 의미한다. 원래 갑과 을의 관계는 계약이나 쌍방간 이해당사자를 지칭하는 수평적 의미를 가지고 있지만 요즘에는 신분과 지위를 이용해 부당하게 괴롭히는 비정상적 행위를 갑질로 통칭하고 있다.

업종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는 갑질은 최근에 늘어난 게 아니라 그동안 수면에 숨겨져 있던 것들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는 게 공통된 시선이다.

과거에는 부당하더라도 참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이었지만 최근에는 억울함과 분노를 솔직히 표현하고 서로를 동등한 인격체로 대하자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돼서다. 여기에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등 온라인 발전의 영향도 크다.

이처럼 알려진 대표적인 경기지역 갑질로 '용인 백화점 화장품 갑질녀', '분당 백화점 속옷 매장 갑질 부부', '농협유통 납품업체 갑질' 등이 있다.

갑질횡포를 부리다가 경찰에 덜미를 잡힌 피의자가 3년간 1만5000명에 육박했다.

소병훈(민주당·광주갑) 국회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2018년도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경찰 '갑질행위 특별단속'에 1만4885명이 검거됐다. 연도별·분야별로는 ▲2016년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불법행위 특별단속'으로 7663명 ▲2017년 '소상공인·비정규직 상대 갑질횡포 특별단속'으로 7025명 ▲2018년 '공공분야 갑질횡포 특별단속'으로 197명의 피의자가 적발됐다.

경기도는 2879명(19.3%)으로 서울(4381명·29.4%)에 이어 두번째로 높았다. 이어 부산 2283명(15.3%), 대구 883명(5.9%), 경남 735명(4.9%), 광주 621명(4.2%), 인천 508명(3.4%) 순이었다.

갑질 유형으로는 ▲직장 내 지위를 이용한 채용비리 ▲갑질 성범죄 ▲인허가권을 가진 공공기관의 입찰 비리 ▲하도급 계약과 납품 비리 ▲악의적 소비자(블랙컨슈머)의 기업 협박·금품 갈취 ▲사회적 약자 대상 갑질이 주를 이뤘다.

소 의원은 "해마다 약 3개월간 한시적으로 단속했는데도 이렇게 많은 갑질횡포자가 검거된 것은 우리사회의 갑질문화가 얼마나 뿌리 깊게 만연돼 있는지를 짐작하게 한다"며 "갑질행위에 대해서 반드시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하는 만큼 한시적 특별단속을 상시적 단속으로 전환해 갑질횡포의 대대적인 단속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갑질은 사회 곳곳에 만연하지만 피해자의 스트레스와 처우에 대한 사회적인 보호는 미흡하다. 특히 직장 내 갑질을 비롯한 스트레스 상황은 직접적인 신체질환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산업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업무 스트레스로 인한 정신질환 판정을 받아 산업재해로 인정받은 직장인이 2017년 기준 126명에 달했다. 2008년 24건인 점을 비춰보면 5.3배나 증가한 셈이다. 126건의 정신질환 산재 중에는 우울증이 52건으로 가장 많고 적응장애 32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21건, 급성 스트레스 장애 8건, 불안장애 1건 순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한국노동연구원이 발간한 '직장 내 괴롭힘 실태와 제도적 규율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해 직접적 피해 경험이 있다'는 응답자가 66.3%에 달했다.

피해 유형으로는 협박·명예훼손·모욕 등의 '정신적인 공격(24.7%)'과 업무 외적인 일을 시키거나 과도한 업무를 지시하는 등의 '과대한 요구(20.8%)' 순으로 높았다.

직장갑질을 없애고자 2017년에 만들어진 직장갑질119가 1년 동안 이메일 4910건, 카카오톡 1만4450건, 밴드 3450건을 포함해 총 2만2810건의 갑질 신고·상담을 받았다.

경기도와 민간단체 등이 갑질을 없애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직무 외에도 차별이나 협박, 성희롱, 불합리한 대우 등 여전히 갑질에 노출돼 있는 반증인 셈이다.

더욱이 제보자 및 피해자에 대한 보호도 미흡하다. 가해자의 보복성 불이익 등도 만연해 이를 근절할 수 있는 대안이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때문에 전문가들은 제도적·정책적 해법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갑의 횡포를 폭로하고 고발할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문화적·교육적 해법을 통해 사람들의 인식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제는 어느 정도 정착한 직장 내 성희롱·폭력 교육과 같이 갑질근절 교육을 하고, 시민단체와 유관기관 관심 속에서 가치관을 바꿔야 한다는 의미다.

이미 우리 사회는 위계적, 차별적 문화가 뿌리 깊게 자리잡아 처벌 강화라는 제도적 장치만으로 쉽게 해결될 수 없기 때문이다.

/최남춘 기자 baikal@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