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다락, 무대에
▲ 극단 다락이 진행한 '애국소녀' 리허설 모습. /사진제공=극단 다락

패배 아픔 잊으려고 이사한 미래

미래에게 반해 편집증 도진 지성

잡지 펴내려 미래 구슬리는 민주

세 청춘 '사상·사랑의 밀당' 그려



극단 다락이 인천 중구 신포동에 있는 소극장 떼아뜨르 다락에서 '애국소녀'를 9일부터 12일까지 무대에 올린다.

'애국소녀'는 닐 사이먼의 '별을 수놓은 여자'를 한국 정서에 맞게 번안한 작품으로, 동인천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청춘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지은지 20년이 넘은 한 다세대 빌라. 그 안에는 독립잡지 '사상과 인권'을 발행하는 두 청년 노지성과 반민주가 살고 있다.

우리 사회 구석구석 병폐를 고발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이 잡지가 잘 될 리는 없고 두 청년은 돈도 되지 않는 일을 오직 신념과 열정 하나로 3년째 운영해 오고 있다.

잡지 운영에 있어 두 사람은 나름의 체계를 갖췄다. 반민주는 제작과 경영 전반을, 노지성은 기사 작성을 하며 잡지를 만들었다. 하지만 그들에게 남은 것은 오로지 텅 빈 냉장고와 기름이 떨어진 보일러뿐이었다.

바로 이때, 그들의 옆집으로 이사 온 태권도 국가대표 구미래. 금메달 유망주였던 그녀는 준결승에서 일본 선수에게 예상치 못 한 충격의 패배를 당한 뒤, 고향 대구를 떠나 인천으로 이사왔다. 첫 만남으로 노지성은 구미래에게 반하게 되면서 세 사람의 관계는 악화일로를 걷게 된다. 노지성이 갖고 있던 특유의 편집증과 집중력이 구미래에게 쏠리면서 미래는 태권도 패배의 아픔과는 견줄 수도 없을 정도의 어마어마한 스트레스와 맞닥뜨리게 된다.

사랑 앞에 눈이 먼 천재 작가 노지성, 지성이가 기사를 다시 쓰게 하기 위해 구미래를 어떻게든 구슬려야 하는 반민주. 스트레스를 피하기 위해 낯선 곳에 왔지만 더 큰 스트레스에 휩싸인 구미래가 벌이는 사상과 사랑의 밀당이 작가 특유의 현란한 말솜씨로 눈앞에서 펼쳐진다.

연출을 맡은 이미나는 "가난한 청년 세대의 삶과 사랑에 초첨을 맞췄다"며 "매체에서 흔히 접하는 사랑 이야기는 주인공들이 거의 재벌과 신데렐라다. 그러나 당장의 생존과 취업을 위해 편의점에서 밤샘 아르바이트를 하고 노량진 새벽 학원을 오가는 청년들에게도 사랑은 있다는 것을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아진 기자 atoz@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