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편집' 축복인가 재앙인가 … 해답, 철학서 찾다
▲ ▲시마조노 스스무 지음, 조혜선 옮김, 갈마바람, 212쪽, 1만4000원

줄기세포, 유전자 가위, 게놈 프로젝트 등 생명과학의 눈부신 발전을 상징하는 이런 말들을 들으면 '이제 인류가 모든 난치병에서 자유로워질 날이 멀지 않았구나'라는 벅찬 희망을 느끼지만 '과연 그렇게까지 해도 괜찮을까'라는 위태로움을 느끼는 묘한 딜레마에 빠진다.

최근 중국에서 세계 최초로 '유전자 편집'을 거친 아이를 출산하는데 성공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중국에서 시도된 일종의 '맞춤 아기(designer baby)' 탄생에 대해 세계 각국은 중국이 생명과학에 대한 국제 합의를 깼다며 비난했다.

생명을 '개조하거나 만들어도' 괜찮은지 과학자들에게 물으면, 과학자들은 그에 대답하는 것은 자신들의 역할이 아니며 사회가 결정할 문제라고 답한다. 앞으로 예견되는 생명과학의 발전은 그것이 상업화되었을 때 인간의 존재방식 자체를 바꾸어놓을 만한 파급력을 갖고 있다.

결국 '인간으로서 더 나은 존재 방식'이 무엇인지 제대로 고민하지 않으면, 우리는 무작정 앞으로 나아가는 생명과학의 폭주 속에서 끔찍한 세상을 맞이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사회가 올바른 결정을 하도록 이끌어줄 학문은 무엇일까? 저자는 그것이 철학이라고 말한다.

이때의 철학은 좁은 의미의 서양 철학이 아닌, 사회와 인간의 바탕을 이루는 가치관과 사고방식을 되물으며 문제를 정면으로 마주보게 하는 사유로서의 철학이다.

'생명을 만들어도 괜찮을까'라는 물음은 그리 간단한 질문이 아니며, 질문 그 자체가 무겁고 다양한 학문 영역에 얽혀 있어 자칫 길을 잘못 들게 될 수도 있다.

오랜 세월 동서양의 다양한 사생관에 천착해온 저자는 이 책에서 생명을 바라보는 동서양의 가치관을 균형 있게 다루면서 우리를 생명윤리에 대한 깊은 사유의 길로 이끈다.

이 책에서 저자는 먼저 생명과학의 현재와 그 가능성을 살펴본다. 배아 줄기세포(ES 세포), 유도 만능 줄기세포(iPS 세포), 출생 전 진단, 선택 임신, 유전자 조작 등 일반인들이 막연히 알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 정확한 내용을 잘 모르고 있는 생명과학을 쉬운 말로 설명함으로써, 독자들이 생명과학의 현재와 그 미래 가능성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 책은 동서양의 생명윤리를 깊이 있게 다루고 있지만, 일본인 저자이다 보니 동양의 경우 일본의 생명윤리가 중점적으로 다루어지는 한계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동시에 이 책은 우리에게 큰 숙제를 던져주는 책이기도 하다.

/여승철 기자 yeopo99@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