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문으로 풀어낸 인천개항 100년의 서사
▲최진자 지음, 달샘, 124쪽, 1만원

 

청초 최진자 시인이 시집 <신포동에 가면>을 내 놓았다. 첫 시집 <하얀 불꽃>에 이어 두 번째다.

인천에 관한 시집이다. 개항기 인천의 역사를 시인의 눈으로 다시 풀어서 썼다. 인천 개항 100년의 역사, 산업, 문화, 전쟁을 장대한 다큐멘터리 서사시처럼 65편에 모두 담아 냈다.

시인은 말한다. '이름만 남기고 사라진 문화의 발자취와 격동의 세월을 견디며 치열하게 산 사람들을 기억해 볼 만한 일'이어서 이 작품을 쓰게 되었다고.

그래서일까. 시인은 100여 년 전, 기억 저편의 그 이름에 걸맞게 현재적 의미들 되새기며 한국 근대사의 현장을 오늘 다시 소환한다.

'월미도', '신포동에 가면', '배다리', '질통꾼', '인천상륙작전', '선유도', '소래포구', '영종갯벌', '차이나타운', '제물포', '주안염전', '양무·광제호', '커피', '화도진', '내리감리교회', '자유공원', '경인철도', '협률사', '하와이 이민', '팔미도등대', '기상대', '영화학당', '갑문', '해성보육원', '대불호텔', '성냥공장', '답동성당', '강화산성', '참성단', '손돌목', '팔만대장경판', '고려산'.

이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시인은 역사적 장소인 '인천'에 새겨진 집단적·공동체적 경험과 정서를 시의 언어로 복원하고 있다.

그리고 구체적인 삶의 장소와 기억의 현장을 살다간 옛 사람들을 불러낸다. 시인은 '신포동'을 통해 인천이 갖는 복합적인 장소성을 집약적으로 보여주고, '제물포'는 거대한 서구와 무력한 조선이 만난 상징적인 공간으로 재현된다.

문학평론가 김진희 이화여대 교수는 작품 해설에서 "작품집 전체에서 할아버지, 할머니, 어머니, 아버지 등 가족을 넘어 노동꾼, 목도꾼, 허드레꾼, 지게꾼, 질통꾼 등의 노동자 등은 물론이고, 공장에서 근무하던 여성노동자, 항해하던 마도로스, 근대극을 이끈 혁신단 단원, 정치국, 진우촌 등 구체적 인물과 직업을 등장시키면서 강력하게 전달되고 있다"고 했다.

이들 인물은 시집 안에서 외세와 근대화의 파고 속에서 인천의 오늘을 만든 주체로 호명된다. 자신의 삶을 '산업 발전에 아낌없이 내어주고'('대성목재'), '불모지에도 사과나무를 심는'('하와이 이민') 선대들이 있었기에 오늘의 인천이, 우리가, 한국이 있다고 시인은 말한다.

/이동화 기자 itimes2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