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새로운 경기 새해에는] 3. '노동존중' 시대를 열자


문재인 대통령이 약속한 '노동존중사회'를 표방한 노동개혁이 지지부진해지고 있다.

보수진영과 재계의 반발로 최저임금은 2019년 인상률이 10.9%에 그치면서 '1만원 공약' 실현은 어려워졌고, 주 52시간제 역시 현장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위반 사업장에 대한 처벌 유예기간은 점점 길어지고 있다.

정부가 한발씩 밀리면서 한국의 노동자들은 장시간 노동과 강제노동으로 하루가 멀다하고 산업재해의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등 열악한 노동환경은 바뀌지 않고 있다.

지난해 유럽연합(EU)은 한국이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을 비준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정부 간 협의를 공식 요청했다.

EU는 노동자들의 결사의 자유와 강제노동 금지 등 핵심협약 4개를 한국이 비준하지 않았다며 한국과 유럽연합 간 FTA 협정 위반이라 문제 삼았다.

한국이 비준하지 않은 4개 협약은 1930년부터 1957년까지 국제사회가 체결한 협약이다. 이들 협약에서 ILO 가입국 187개국중 178개국이 비준한 강제노동에 관한 협약조차 한국은 비준하지 않았다.

이 와중에 한국의 노동자들은 상상을 초월하는 장시간 노동에 따른 각종 질병과 산업재해의 공포를 안고 살고 있다.

한국 노동자들의 연간 평균 근로시간은 2069시간(2016년 기준)으로 OECD 최하위권의 불명예를 안고 있으며, 경기 지역 노동자들은 정도가 더 심해 연간 2236시간을 일하고 있다.

휴식이 없는 직장 분위기와 장시간의 근로는 산업재해를 키우고 있다. 지난 2017년 경기도내에서만 크고 작은 산업재해로 2만1472명의 노동자가 다치거나 숨졌다.

지난 4일 화성 한 공장에서 자동문을 설치하던 20대 청년이 철판 문틀과 작업대 사이에 끼어 숨졌고, 지난해 12월11일에는 충남 태안 한국서부발전 태안발전본부 화력발전기에서 고 김용군(24)씨가 석탄을 수송하는 컨베이어벨트를 돌리는 롤러 아래서 발견됐다. 입사 3개월 차 신입사원이 늦은 밤 홀로 작업을 하다 사망한 일은 우리 사회의 열악한 노동 실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6일 통계청이 지난 2017년 조사한 전국 5만2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근로환경조사결과에 따르면 일이 건강에 주로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답한 노동자들은 1만1500여명(23%)이었고, 몸이 아파도 일했다는 노동자는 8521명(17.2%)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일 때문에 사고를 당하거나 아파서 쉰 노동자는 답변자 4만9528명의 5.2%(2593명)뿐 이었다.

 각종 산업재해와 열악한 노동현실을 타계하기 위해 정부는 노동시간 단축 등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노동계는 주휴일 노동금지법 도입 등 노동휴식권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주호 민주노총 정책실장은 "과로사회 대한민국에서 필요한 것은 탄력근로 같은 노동시간 유연화 정책이 아니라 장시간 불규칙 노동을 줄이고 노동자에게 노동시간 선택권과 권리 확대, 연속휴식시간제, 주휴일 노동 금지법 도입 등 노동시간 규제와 함께 '노동휴식권'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올해 경기도를 노동존중 사회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지난 2일 새해 첫 행사로 비정규직인 경기콜센터 직원들을 만나 정규직화를 약속한 이 지사는 이 자리에서 "근로는 천왕에게 일을 받친다는 뜻에서 온 말이다. 당당하게 노동자라 해야 한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를 위해 경기도는 올해 주요 노동정책으로 ▲노동이사제와 노동권익센터 설치 ▲노동자 건강주치의제 ▲공공기관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을 내놓았다.

 이은환 경기연구원 연구위원은 '경기도민 삶의 질 : 웰빙' 보고서를 통해 "노동시간과 워라밸 수준, 양질의 일자리, 고용안정 등은 개인의 삶에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며 "도 차원의 양질의 일자리 확대와 고용안정성 제고를 위한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중래 기자 jlcomet@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