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문화읽기] '오래된 가게, 인천 노포'展
[인천문화읽기] '오래된 가게, 인천 노포'展
  • 이주영
  • 승인 2019.01.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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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인 땀과 시민 삶이 켜켜이 쌓인 가게들 '찰칵'
▲ 3대가 70년 넘게 사업을 이어오고 있는 '해방둥이' 남창문구사의 모습. 점포 앞을 오래된 자전거 한 대가 지키고 있다.

 

▲ 인천도시역사관 2층 기획전시실 아암홀과 다목적실 소암홀에서 진행중인 '오래된 가게, 인천 노포'전.

 

▲ 1946년 삼강옥이라는 이름으로 문을 연 이래 3대 70여년 동안 인천시민의 한끼를 책임져온 삼강설렁탕.

 

▲ 도성양복점 내부의 작업대. 팔순이 넘어서도 일을 놓지 않은 김진성 옹이 반백년 동안 원단과 씨름한 곳이다.

 

▲ 1974년 개점 이후 40년 넘게 부평 산곡시장을 지켜온 봉다방의 최정숙 사장님이 차를 끓이고 있다.


길 위에는 지금만 존재하지 않는다. 과거가 켜켜이 쌓이고 각자의 삶이 시간을 버텨내며 현재라는 토대를 만들었다. 지금을 뱉는 순간 이미 과거가 되기에 미래는 그렇게 다가온다. 그래서 과거의 흔적을 잃지 않으려 끊임없이 기록하고 모아둔다. 그러나 그 속에서 고단한 일상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누군가 책에 썼다. '문화재란 꼭 금붙이나 그림, 불상만 있는 건 아니다. 이런 살아있는 우리 삶의 비늘들이 다 문화재다'라고. 인천에 터를 잡고 삶을 이겨내 버텼던 노포(老鋪). 인천 서민은 이곳에 의지해 입고, 먹었다. 자칫 놓치면 흔적조차 찾기 힘든 인천 노포가 인천도시역사관에 의해 기록됐다. '오래된 가게 인천 노포' 기획특별전이 2월28일까지 인천도시역사관에서 열린다. 69곳의 인천 노포 기록이 구술채록과 함께 사진으로 발길을 붙잡는다.



"끊임없이 변해가는 도심 속, 변화의 틈바구니에서 오랜 시간 자리를 지켜 온 가게들이 있다. 그들이 버텨왔던 긴 시간을 어떤 이는 전통이라 말하고, 또 다른 이는 고집이라 한다. 우리가 만난 그들은 특별했기 때문에 오래 남은 것이 아니었다. 하루하루 치열하게 살다보니 지금까지 오게 된 것이다. 가게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달랐지만, 살아남기 위한 노력은 모두 같았다."
이번 기획특별전을 준비한 인천도시역사관의 마음이다.

▲인천 노포, 숨길을 불어넣다
그간 인천에서 노포의 기억을 더듬는 작업은 몇 차례 이뤄졌다. 이번에는 인천도시역사관의 2년이란 발품이 더해져 기획특별전으로 살아났다.

인천도시역사관은 노포의 기준부터 세웠다.

인천도시역사관에 따르면 노포는 '오래된 가게'를 의미하는 단어로 일본에서는 대대로 신용을 쌓으며 가업을 이어온 상점을 가리켜 '시니세(老鋪)'라 불리고, 중국에서는 일반적으로 100년 이상 유지해 온 점포를 '라오즈하오'라 한다. 이에 개항 이후 비로소 상업이 활성화 된 우리나라가 일본의 영향을 받아 오래된 가게를 '노포'라 불리게 됐다고 인천도시역사관은 분석했다.

그렇다면 이번 기획전의 인천 노포는 어디서 출발할까.

인천도시역사관은 "무작정 오래된 가게를 노포로 정의할 수 없다"며 "인천에 소재를 둔 상점으로 1969년 이전에 창업해 업종을 변경하지 않고 지금까지 운영되는 곳 중에서도 대를 이어 가게를 운영하거나 종업원이 가게를 인수해 창업주의 운영 철학이 지켜지고 있는 곳을 노포로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인천 노포 기준을 개업 후 50년으로 삼은 것. 여기에 1970년대 초에 개업했어도 '이야기'를 담은 곳도 포함시켰다.

1960년대는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실시된 때다. 광복 후 인천이 도시화된 시기로 1960년 40만명이던 인구가 10년 새 64만명으로 늘었다.

이를 바탕으로 인천도시역사관은 2년에 걸쳐 '인천의 오래된 가게'를 조사했고 노포 소개와 구술채록, 조오다 사진작가의 시각으로 노포와 상점주의 모습을 더했다. 조사된 69곳의 오래된 가게 목록을 지도와 함께 표기해 전시를 보는 시민들이 인천의 노포에 대해 알 수 있게 했고, 사진전은 조 작가가 작업한 사진 중 18개 상점을 선정해 '인천 노포, 사는 곳을 담다'를 주제로 했다.

인천도시역사관 우석훈 학예연구사는 "오랜 기간을 이어온 가게라면 뭔가 자부심과 긍지가 있을 것이라 기대했지만 막상 조사 현장에서 맞닥뜨렸던 상점주들은 자부심과 긍지보다는 당장 내일을 걱정하고 있었다"고 전한다. 노포는 그들의 피와 땀, 눈물이 덧씌워진 곳이기에 우린 더 기억해야 한다.

▲인천 노포, 삶을 잇다
기획전시는 크게 '1968, 오래 전 가게'와 '2018, 오래된 가게'로 이뤄진다. 전시관 초입 아암홀에서 진행 중인 '1968, 오래 전 가게'에는 금곡동 배다리 잡화점 '조흥상회'와 경동 사거리 사진관인 '허바허바 사장', 용동 큰우물 옆 호프집 '마음과 마음', 배다리 마작용품점 '천일사'를 소개한다. 지금은 찾기 힘든 이곳은 폐업한지 오래다. 인천도시역사관은 이곳을 기억하고, 당시의 흔적을 보관하는 사람들로부터 유물이 되어버린 가게 물건을 전시했다. 또 화도진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는 '1961년 인천 전화번호부'를 더했다. 인생 한켠에 자리한 이들 노포를 더듬으면 어떠한 기억으로 남아 있을까. 누군가에게는 빛이고, 또 누구는 어둠이겠다. 삶의 희노애락이 노포에 녹아있다.

'2018, 오래된 가게'는 음식점, 의류·제화점, 문구점, 기타업종으로 소개됐다. 음식점 코너에는 1945년 개업한 경인면옥과 삼강옥, 평양옥, 신신옥, 대전집 등이, 의류·제화점에서는 일제 때 문을 연 의흥덕양화점과 도성양복점, 신라라사에 얽힌 이야기를 전시 자료에 담았다. 문구점 코너의 양지사와 남창문구를 비롯해 그 외 문학이용원, 성신카메라, 이흥복 자전거, 성광방앗간, 태산종합식품, 신일상회, 봉다방 등이 조사됐다.

특히 기획전시실 한켠에서는 오래된 인천 노포의 광고를 보고, 들을 수 있다. 촌스런 광고 문구와 소개 영상이 그 때의 풍경을 기억하게 한다.

조오다 사진작가의 렌즈가 담은 인천 노포 18곳의 모습은 어떨까. 과거를 더듬어, 현재의 모습 속에 추억을 공유하는 것도 좋을 듯 하다.

/이주영 기자 leejy96@incheonilbo.com
/사진제공=인천도시역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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