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아 평택시 소통홍보관주무관

 


평택의 체감온도가 매일 영하 10도를 밑돌고 동장군이 맹위를 떨치며 한파주의보에 칼바람까지 더한 날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문득 고개를 들어보니 '사랑의 온도탑'이 50도를 가리키고 있다. 평택시청 앞 잔디광장에 지난달 4일 세워진 사랑의 온도탑이 가리키는 온도다. 커다란 온도계로 제작돼 전국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는 이 온도탑의 원리는 흥미롭다. 목표액의 1%인 500만원의 성금이 모금될 때마다 1도씩 올라간다.
올해 평택시 모금 목표액이 5억 원이니 50도면 2억5000만원이 남은 셈이다. 사랑의 온도탑은 모금 성과를 넘어,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린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준다고 생각한다. 훈훈한 온기로 선량한 기부 행위에 동참하는 문화가 확산되기까지 사랑의 온도탑은 한파에 맞서 오늘도 꿋꿋이 서 있다. 하지만 올해 모금 현황은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평택만의 사정은 아닐 것이다.
실제로 통계청 자료를 보면 최근 5년 동안 우리나라 기부 참여율은 매년 지속적으로 감소 추세를 보였고, 올해는 더욱 두드러지게 낮다고 한다.

경기침체와 고용절벽, 1인가구의 증가에 따른 개인지향적인 가치관, 사회적 가치나 공유보다 개인의 안식과 힐링을 추구하는 시대적 트렌드 등 기부 참여율 감소의 원인은 다양하다. 이른바 '기부포비아'로 불리는 '잃어버린 신뢰'에 주목하게 된다.
배신감과 거부감을 느낀 사람들의 외면이 혹한보다 더 매서운 것 같다. 후원금 13억원을 빼돌린 이영학 사건과 128억원을 횡령한 '새희망씨앗' 사건 등을 겪으며 많은 사람들이 기부에 회의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분노와 허탈감, 배신감은 당연한 현상이다. 그러나 기부행위 자체가 극심하게 싫은 일, 공포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 포비아란 병적인 공포증을 의미한다. 이 단어는 라돈포비아, 미세먼지포비아처럼 극심하게 싫거나 두려운 단어와 합성된 신조어로 많이 쓰이고 있다. 사랑포비아, 희망포비아란 신조어가 생긴다면 어떨까. 아름답고 소중한 가치를 담은 언어에 혐오의 언어를 붙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기부포비아라는 기형적인 언어에 가슴이 아프지만, 마음의 신뢰를 회복하려는 자생적인 노력이 그만큼 중요할 것 같다. 평택 사랑의 온도탑은 50도, 오늘밤 온도는 영하 10도. 혹한의 밤을 지나면서, 내일은 100도를 꿈꾼다. 이미 절반은 따뜻해지지 않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