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성훈 대연당한의원 원장

류마티스 관절염이라는 용어는 매우 익숙하지만 류마티스 관절염이 퇴행성 관절염과 어떻게 다른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드물다. 퇴행성 관절염은 관절의 연골, 인대, 뼈의 손상으로 염증, 통증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관절의 과다한 사용이 주된 원인으로 남녀 구분없이 고연령층에 다발한다. 반면 류마티스 관절염은 관절자체의 손상이 아닌 자가면역 질환으로 연령과 관련이 없으며 20~40대의 젊은 여성에게서 많이 발병한다.
우리 몸의 면역체계는 외부에서 유입된 세균이나 바이러스만을 공격하여 우리 몸을 지켜준다. 류마티스 관절염은 우리 몸을 보호해줘야 할 면역체계가 정상 관절의 활막을 외부의 세균이나 바이러스로 오인하여 지속적으로 공격하여 발생한다. 면역 체계의 공격을 받은 활막은 만성 염증을 유발하고 서서히 망가져서 결국은 관절이 변형되고 기능을 상실하게 된다.

퇴행성 관절염은 많이 사용한 관절위주로 통증이 있는 반면, 류마티스 관절염은 양쪽 손목관절, 손가락관절에서 통증이 다발한다. 좌우가 대칭적이며 시간이 경과할수록 아픈 관절이 늘어나서 3개 이상의 관절에서 종창이 발생한다. 특히 아침에 관절이 뻣뻣해지는 조조강직은 퇴행성 관절염 환자에게서도 관찰되지만 대개 30분 이내로 짧은 반면,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는 1시간 이상 지속된다. 조조강직이 오래가는 경우 류마티스 관절염일 가능성이 높아진다. 뼈가 튀어나온 부위나 폄근(Extensor muscle) 표면에서 류마티스 결절이 만져질 수도 있다.

현재 류마티스 관절염을 확실하게 진단할 수 있는 특정 검사법은 없다. 환자의 증상과 신체상태, 각종 혈액 검사 소견, 영상진단 결과를 종합하여 류마티스 관절염 진단을 내린다. 혈액검사를 해 류마티스 인자가 양성이면 류마티스 관절염이고 음성이면 아니라고 단순하게 생각하는 환자분이 많은데 이것은 분명히 틀린 것이다. 류마티스 인자는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의 약 70%에서만 양성으로 나오고 나머지 30%의 환자는 류마티스 관절염임에도 불구하고 류마티스 인자는 음성으로 나온다.


X선에서는 관절주위 연부조직 종창, 관절주변 골다공증, 골미란, 관절간격 감소가 관찰된다. 관절에 염증이 지속되면 골미란이 커지고 관절간격이 감소하기 때문에 류마티스 관절염의 예후를 살펴볼 수 있지만 X선만으로는 확진할 수 없다. 과거에는 미국류마티스학회에서 제정한 분류 체계 7가지 항목 중 4가지이상의 항목을 만족시킬 경우 류마티스 관절염으로 확진했지만, 이러한 진단의 경우 이미 류마티스가 상당히 진행되어 이미 관절의 비가역적 손상을 초래한 상태에서 확진 되는 경우가 많았다.

초기에 류마티스 관절염을 발견하고 염증을 미리 조절하여 관절의 비가역적 손상을 조기에 예방하기 위해서 2010년 미국과 유럽 류마티스학회에서 새로운 진단 기준을 마련하였고 기준 항목에서 6점 이상이면 류마티스 관절염이라고 진단한다. 과거에는 없었던 항CCP항체 검사와 적혈구침강속도(ESR), C반응단백(CRP) 검사를 류마티스 진단 기준으로 추가하여 활용하고 있다.

류마티스를 치료하기 위해서 히포크라테스와 갈렌은 버드나무에서 추출한 가루와 잎을 사용하였고 이후 콜히친, 항말라리아제제, 금제제, 스테로이드 등이 사용되어 오다가 현재는 다양한 생물학적 제제(Biologics)와 1950년경 인도 생화학자에 의해서 합성된 메토트렉세이트(Methotrexate, MTX)가 사용되고 있다. 임파선 종양과 류마티스 관절염이 같이 있는 환자에게 투여했더니 암과 함께 류마티스 관절염도 호전되자 이후 류마티스 관절염에 사용해오고 있다.

한의학에서는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이 동일하다고 하더라도 병의 원인이 되는 환자의 체질 및 오장육부의 허실에 따라서 치료법이 다르다. 이를 변증시치라고 한다.
환자의 몸 상태를 파악 후 도움이 되는 식이와 해가 되는 식이를 가려서 조절하고 개별 환자의 몸상태에 맞는 한약을 복용하면서 침치료를 병행하면 매우 효과가 좋다. 염증이 심해서 통증이 심할 경우 중성어혈(中性瘀血)약침, 황련해독(黃連解毒)약침, 봉(蜂)약침 등 환자의 몸상태에 맞는 약침치료도 병행한다.
류마티스 관절염을 앓은지 오래되었고 양약을 장기간 복용한 환자분들의 경우 한약 치료 기간도 오래 걸린다. 초기에는 양약과 한약을 병행하다가 증상이 안정되고 혈액검사 수치가 호전되면 서서히 양약 복용을 줄인다. 양약을 완전히 끊게 되면 갑자기 염증수치가 오르고 증상이 악화될 수 있기 때문에 양약을 끊은 후에도 상당기간 한약을 복용하며 서서히 줄이다가 한약도 중단한다.

류마티스 관절염은 조기 진단 및 조기 치료가 중요하다. 경미한 류마티스 관절염이라 하더라도 만성염증이 지속되면 영구적인 관절 변형을 초래하여 일상생활조차도 힘들어질 수 있으니 반드시 치료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