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문예회관 '평화의 시대, 평화로운 땅'
南·北·中·美 작가들 작품 30점 어우러져
▲ 南 여경섭 작가의 '자유왕래 퍼포먼스'.

▲ 北 리선명 작가의 '밀림'.

▲ 南 이정형 작가의 '평화의 땅'.

▲ 北 오성일 작가의 '백두산천지'.

평화의 바람이 부는 요즘, 그 분위기에 맞물려 남한, 북한, 중국, 미국의 동시대 미술 작품을 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인천문화예술회관에서 4일부터 10일까지 '평화의 시대, 평화로운 땅' 전시가 진행된다.

이번 전시는 총 30여점의 작품이 함께 어우러져 냉전의 미학을 극복하고 상생의 미학을 소개하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 김예미, 이경모, 한행길 작가가 공동 기획했으며, 인천문화재단 문화예술지원사업 서해평화예술프로젝트에 선정된 사업이다.

우리나라 역사와 사회의 집단 기억을 표현하는 서용선 작가와 지난 4·27 남북정상회담 연회장 벽면을 채운 백령도 수묵화를 제작한 신태수 작가, 미국 미니멀리즘의 거장이자 프로세스 아트의 창시자 로버트 모리스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들과 활력 넘치는 신진작가 총 32명이 평화의 메시지를 품에 안고 전시에 참여한다.

특히 이번 전시는 지난해 11월, 12명의 남한, 중국, 미국 작가들이 서해 5도를 탐사하고 현장에서 제작한 작업들을 선보일 예정이다.

목원대 교수인 여경섭 작가는 월미도 방문객과 대청도 주민들이 쓴 평화의 메시지를 풍선에 달아 날리는 '자유왕래' 퍼포먼스 기록을 보여준다. 또 신진작가 유쥬쥬는 파도에 떠밀려온 어망들을 연평도 해변가에서 수집해 설치미술로 재구성한다. 어쩌면 북한에서 왔을 지도 모르는 어망들로 물질은 자유롭게 오고갈 수 있지만, 인적 자원들은 자유롭게 넘나들 수 없는 현실의 문제를 지적한다.

세계지도를 거꾸로 놓은 이미지를 제작한 이정형 작가는 전지 크기 포스터를 제작해 인천시 지하철 역에 비치할 계획이다.

중국의 유망 작가 우가종은 대청도에서 진행한 퍼포먼스 기록을 비디오 영상으로 선보인다. 작가는 티베트의 접족례와 유사하게 자기 몸의 앞면을 모두 땅에 붙이는 퍼포먼스를 우리나라 분단의 횟수만큼 70배를 한다. 관객은 작가가 절하면서 지나간 흔적을 따라 주운 물건을 가지런히 놓아 하나의 긴 경계선을 만든다.

이외에 중국작가 치이유치안의 북경과 대청도 흙의 교류 퍼포먼스 기록물과 미국작가 알리시아 글룰론의 리플렛 작품 등이 전시된다.

북한작품 또한 주목할 만하다.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이후 북한 미술은 우리에게 많이 소개됐다. 그러나 이번 전시에서는 우리가 그동안 보지 못했던 새로운 북한의 미술을 살펴 볼 수 있다. 이번 작품들을 통해 북한이 생각보다 많이 개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흔히 보는 조선화도 전시가 되지만, 미국 행위 미술의 제스처를 조심스럽게 응용해 유화와 불화기법을 차분하게 차용한 조선화도 볼 수 있다.

전시를 기획한 한행길 작가는 "평화는 전쟁의 부재가 아니라 사람들의 지속적인 교류과정에서 구축된다는 것을 환기시키기 위해 전시를 꾸준히 마련하고 싶다"며 "남, 북, 중, 미 출신의 예술가들이 한 자리에 모여 세계관을 교류하고 각자가 혹은 공동으로 새로운 작업을 창조할 수 있는 자리가 앞으로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아진 기자 atoz@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