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영 인하대 언론정보학과 4년


"어차피 인생은 혼자 사는 거야!" 모든 사람이 한 번쯤 들어봤을 말이다. 어쩌면 들어보기만 했을 뿐 아니라 경험을 통해 체득한 말일 수도 있다.
우리 사회에 '혼자가 좋아'를 외치는 유형의 사람들이 늘고 있다. 잘 알려진 '얼로너'(먹고 자고 소비하고 즐기는 것을 모두 혼자서 하는 사람), '나홀로족'(혼자 활동하고 즐기는 사람들) 등이 이들을 대표하는 신조어로 등장했다.

설문조사업체 엠브레인에 따르면 '나는 나홀로족과 가까운 편이다'는 질문에 '그렇다'고 응답한 비율은 20대가 62%로 가장 높았다. 30대가 50.4%로 두 번째였다. 20대와 30대의 절반 이상은 자발적으로 혼자만의 삶을 추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누군가와 함께해야만 의미 있을 것이라 여긴 일들이, 이제 혼자 해야 더 의미 있는 것처럼 바뀐 현실이다. 이전에는 좋아하는 사람과 영화를 보고, 친구들과 모여 식사를 하고, 많은 사람과 함께 술을 먹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최근, 혼자 영화를 보고, 혼자 밥을 먹는 등 자신만의 시간을 갖는 사람들의 모습에 익숙하다.

왜 '나 혼자 산다'를 외치는 것일까. 다양한 원인 중 압도적 1위를 차지한 이유는 '인간관계 스트레스 증가'였다. 20~30대를 포함한 현대인들은 깊은 '관태기'의 늪에 빠지고 있다. '관태기'는 '관계'와 '권태기'를 합성한 신조어다. 인간관계에 권태와 회의감을 느끼는 현상을 일컫는다. 인간관계에 피로감을 느끼고, 그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며, 회피하려 한다면 당신 역시 관태기의 늪에 빠졌을 확률이 높다.
20대 청년들에게 관태기는 이미 일상이다. '취업 준비와 학업 등 각자의 삶을 살기도 바쁘다', '먹고 살기도 힘든 세상에 인간관계에 신경 쓸 시간적·정신적 여유가 없다', '진짜가 아닌 가짜 인간관계에 지친다' 등과 같은 태도를 보인다.

30대 역시 '회사 직장 동료들과의 관계에 부담을 느낀다', '업무에 불편하지 않을 정도로만 어울리고 싶다' 등이 대다수 생각이다. 이들뿐만 아니라 40~50대 역시 '한 번뿐인 인생에서 인간관계에 집착하고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부질없다'며 회의감을 드러냈다.
다양한 계층에서 인간관계 염증 현상이 나타나는 것을 보면 한국 사회에 '관태기 문화'가 확산되는 실정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현상도 발견된다. 한국리서치에 따르면 한국인의 19%가 자주 외로움을 느끼고, 51%는 가끔이지만 외로움을 느낀다고 답했다. 많은 사람이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마음 한편에 간직한 채 사는 것이다.
인간관계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기 위해 '혼자가 좋아'를 외쳐놓고, 외로움을 느끼고 있다니 얼마나 역설적인가. 그렇지만 어찌 보면 당연하다는 생각도 든다. 아무리 부정해도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이다.
관태기가 꼭 나쁘다, 잘못됐다고 볼 수는 없다. 인간관계의 권태는 모두가 현대 사회를 살아가면서 한 번쯤 겪는 현상이다. 하지만 인간관계의 권태에 계속 머무를 것이 아니라, 다시 한 번 진솔한 이웃과 사회와의 관계를 되짚어 볼 필요도 있다. "인간관계는 난로처럼 대해야 한다. 너무 가깝지도, 너무 멀지도 않게." 혜민 스님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