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있어서 … 인천은 오늘도 행복

출근하기 위해 버스 정류장에 가면 어김없이 제 시간에 버스가 온다.

고향에 계신 부모님께 작은 선물을 보내려 우체국을 찾으면 물건은 언제나 빠르게 배송된다.

평범하고 당연해 보이는 일상이지만 이같은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분주히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 사회, 인천은 2019년 올해도 그들의 수고 하나하나를 주춧돌과 기둥 삼아 돌아갈 것이다.
 

▲ 시내버스 8번 기사 길기덕씨
▲ 시내버스 8번 기사 길기덕씨

 

시내버스 8번 기사 길기덕씨, 어둠을 달리다

"아침해 보며 친절 운전 다짐합니다"

10일 새벽 4시, 영하 6도 온몸이 움츠러드는 어둠 속 누구보다 하루를 빨리 시작하는 사람들이 있다. 시민들 발이 돼주는 버스기사들이다.

인천 시내버스 8번을 모는 길기덕(51)씨는 오늘도 어김없이 첫차를 몰기 위해 차고지가 있는 중구 축항대로로 나선다.

차고지 식당에서 이른 아침을 먹고 4시30분쯤 오늘의 출발 정류소인 석바위로 버스를 몬다.

5시12분, 석바위에서 첫 차가 출발하는 시각. 이미 정류소에는 63번 버스 등 여러 버스들이 시민들을 맡을 준비를 하고 있다. "안녕하세요."

길씨의 밝은 목소리와 버스 안 온기가 첫 손님을 맡는다. 20대 청년부터 60대 노인까지 손님들은 다양하다.
"첫 차에는 경비일이나 청소일,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분들이 많아요. 항상 같은 시각에 타는 분들도 있죠."

8번은 송내역과 인천대공과대학 사이 80여개 정류장을 지난다. 기점에서 종점까지 2시간 거리, 왕복 4시간인 이 노선을 하루 두 번 운행하고 낮 12시에서 오후 3시 사이 오후 버스 기사와 교대한다.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세요."

길씨 목소리에는 새벽일의 피로가 묻어있지 않다. "한 번은 매일 8번을 타고 다닌다는 인하대 학생이 항상 인사를 해줘서 고맙다고 엽서를 써서 줬어요. 정말 기분 좋았죠."

오전 7시가 넘자 창밖이 밝아온다. 교복을 입은 학생들도 버스에 오른다. 버스도 도로 안도 북적해지지만 길씨는 여유를 잃지 않는다. 한 발 늦게 버스를 타려 뛰어오는 손님을 넉넉히 기다린다.

"버스기사라고 하대하는 경우가 있어요. 평생 운전이나 하고 살라는 얘기도 들었어요. 어쩌겠습니까,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요. 아침해를 보면서 매일 생각합니다, 오늘도 사고 없이 친절하게 운전하겠다."

▲ 환경미화원 최면석씨
▲ 환경미화원 최면석씨

 


환경미화원 최면석씨, 거리를 밝히다

"힘들지만 깨끗해진 거리 보면 뿌듯하죠"


겨울이 오면 그런 생각이 든다. 가을에 떨어진 그 많던 낙엽은 다 어디로 갔을까.
바람에 날아간 게 아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치운 사람들이 있다. 환경미화원들이다.

11일 아침 6시30분, 인천 남동구 남동산단 앵고개로 옆 인도를 분주히 쓸고 있는 환경미화원 최면석(49)씨.
약 20년 동안 남동산단 내 한 업체에서 도금 일을 하던 그는 이제 이 곳을 청소하는 미화원이 됐다.

"도금 할 때는 공장 안에서 일해서 답답했죠. 가스 냄새도 싫었고요. 미화원은 밖에서 맑은 공기 마시고 일해서 좋아요."

청소는 새벽 5시부터 시작된다. 오전 9시까지 일하고 중간 휴식을 한 뒤 오후 1~5시까지 일하면 하루가 끝난다. 평일과 토요일 오전까지 근무하고 일요일은 쉰다.

낙엽은 그야말로 공공의 적이다.

10~12월 낙엽철에는 일요일 오전도 근무한다. 쉬는 날이 없는 셈이다.

최씨가 하루에 청소하는 분량은 직선거리로 따지면 7~8㎞정도다.

100리터 공공용봉투와 빗자루, 집계면 못 치울 게 없다.

"남동산단은 노선이 커서 업무량이 많아요. 골목 쓰레기 무단투기도 많고요. 무단폐기물에 유리나 못 같은 게 많아 치우다 다치는 경우도 종종 있어요."

동이 터오를 때가 가장 춥다. 마스크와 옷깃을 여미고 출근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 최씨 옆을 스쳐간다.
"아무래도 겨울이 힘들죠, 손이랑 발이 시리고요. 쭉 청소하고 뒤돌아서 깨끗해진 거리를 보면 뿌듯합니다. 깨끗한 거리를 걸을 때 한 번쯤 저희를 생각해주시는 것, 그거면 충분합니다."

▲ 인천우체국 집배원 최종성씨
▲ 인천우체국 집배원 최종성씨

 


인천우체국 집배원 최종성씨, 기쁨을 나르다

"소식과 선물, 안전하게 전달하겠습니다"


버스기사가 사람을 실어 나른다면 우편집배원은 소식을 나른다.

23년째 집배원 일을 하고 있는 인천우체국 소속 최종성(49)씨는 이른바 덩치가 큰 소식을 나른다.

최씨는 부피 크고 무게가 많이 나가는 택배를 차로 나르는 '특급팀' 팀원이다. 연수구 선학동, 옥련동, 청학동을 담당하는 그가 하루에 배달하고 수거하는 물량은 많을 때는 100여개에 달한다.

"한창 김장철이라 절임배추 물량이 많아요."

아침 7시30분 하루 일과가 시작된다. 물류센터에서 넘어온 택배와 우편들을 종류에 따라 지역에 따라 분류한다. 1시간여 분류작업을 끝낸 뒤 집배원들은 동선을 짜고 거리를 나선다.

소식을 전하기 위해 사람들과 직접 대면하는 일이다보니 잊지 못할 얘깃거리도 심심찮게 생긴다.

"전에는 학생들 성적표도 저희가 전달했는데, 집으로 전달하지 말고 좀 가지고 있다가 자신에게 직접 주면 안 되냐는 학생들도 있었죠. 또 배달을 갔는데 할머니께서 열쇠가 없어서 집에 못 들어가고 있는 걸 제가 베란다로 들어가 열어준 적도 있었고요."

하지만 시대가 많이 바뀌었다. 직접 만나 소식을 전하는 경우는 많이 없어졌다. 집에 사람이 없을 때가 많아 문 앞에 두고 갈 수밖에 없다.

또 무인택배함은 이들의 소소한 만남을 더욱 줄게 했다.

"그래도 집배원은 사람들이 반겨주세요. 택배는 선물이잖아요. 사람을 직접 만나는 경우는 적어졌지만 그래도 만나면 고생한다고 마실 거나 핫팩을 주시기도 해요. 추울 때 그런 따뜻한 말 한 마디와 마음 씀씀이가 너무 감사하죠. 가끔 물건이 늦는다고 화내시는 분들도 계신데, 이동 동선이 있으니까 조금만 기다려 주시면 소식과 선물 안전하게 전달하겠습니다."

/이창욱 기자 chuk@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