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날이 좋았던 그때 … 신은 그곳에 머물다 갔다
▲ 작품의 첫 승패를 가름하게 만든 도깨비 김신과 저승사자가 등장하는 장면은 '수도권매립지 인천 드림파크 내부도로'에서 촬영됐다.

▲ 도깨비 김신이 인간의 생(生)과 사(死)에 처음 개입하며 도깨비 신부 지은탁을 임신한 은탁 엄마를 구하는 장면. 촬영은 송도국제도시에서 이뤄졌다.

▲ 김신과 지은탁이 거닐던 배다리 헌책방 인근 골목.

▲ 김신이 지성미를 뽐낸 헌책방은 '배다리 헌책방'.

▲ 수도권매립지 인천 드림파크 내부도로는 7㎞에 달하는 메타세콰이어길로 이뤄져 이색적이다.

작품 성공의 신호탄 쏜 두 남자 등장씬
수도권매립지의 드림파크 내부 도로로
메타세콰이어길 7㎞ 달하는 이색 장소

여주인공 은탁 구하며 기적 보여줬던
도깨비 모습들은 대부분 송도서 촬영
934살 지성미 뽐낸 헌책방은 '배다리'

본보, 올해 과거-현재 공존하는 인천
고스란히 담아낸 촬영지 발굴해 소개






인천은 스펙트럼이 넓다. 속이 깊어 어느 곳이든 묻어나는 이야기로 넘쳐나고, 삶의 무게를 견디고 지탱하는 동네 곳곳은 생기가 넘친다.

그렇기에 인천은 하고 싶은 말도, 듣고 싶은 전설마저 넘실댄다.

하지만 인천은 근대화의 파고를 넘으며 도시 곳곳에 생채기를 남겼고, 해방 후 산업화를 지탱하며 황폐화되기도 했다. 이는 다시 인천의 궤적이 돼 지금 도시 역사의 한 페이지가 됐다.

인천은 미추홀부터 지금껏 2000년이 넘는 시간을 살아 왔다. 비류가 문학산에 터를 잡고, 능허대에서는 이별과 만남을 자연스레 이뤄졌다. 강도 1100년이요, 고려 건국 900년을 온 몸으로 기억한다.

팔만대장경의 숨결은 인천을 넘어 가야산까지 퍼졌고, 고요한 아침의 나라 조선의 빗장을 근대화의 사명감으로 '개항'했다.

비록 인천의 근·현대사가 아름답지만은 않지만 그 속에서 인천은 세월을 버텨냈다.

인천은 타 지역과 달리 과거와 현재, 발전과 정체, 신도시와 원도시가 교묘하게 공존하는 곳이다.

인천항과 인천공항은 인천의 지향점을 넘어 한반도의 발전상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그렇기에 인천은 빛이 살아 있다. 환하고 찬란하다.

어둠은 단순한 잿빛을 넘어 희망과 내일을 기대케 한다. 인천의 매력은 카메라가 먼저 알았다. 그리고 인천의 더 깊은 속살을 보려고 하루에도 수 차례 문의가 온다.

인천일보는 2019년, 인천 곳곳에서 이뤄진 영화와 드라마 촬영지의 영상美를 다룬다.

칙칙한 연안부두와 밀항으로 얼룩진 인천항을 넘어 세계가 주목하는 한국 발전상을 송도와 청라에서 만날 수 있다.

송림동 골목길을 걸으며 옛 길의 정취에 취하고, 인근 헌책방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알 수 없는 인간미를 느낄 수 있다.

첫 번째로 지금껏 고스란히·그대로 인천을 담아낸 tvN 16부작 드라마 '쓸쓸하고 찬란하神-도깨비'를 복기한다.

2년이 흐린 지금도 감동이 자리하고 있는 도깨비, 초대형 스케일과 탄탄한 구성은 인천의 영상미가 더해져 최고의 드라마 중 하나로 기억되고 있다. 카메라에 담긴 인천의 매력에 빠져보자.




인천 영상美의 백미를 뽑기에 고민이 컸다. 너무 먼 과거는 지금의 인천을 담지 못했고, 현재 인천을 담은 극은 도시의 단면만을 보여주는 것 같아 걱정됐다.

그럴거면 2년 전 인천 매력을 세상에 각인시킨 작품 '쓸쓸하고 찬란하神-도깨비'이 적합할 것이라 여겨졌다.

아직도 도깨비의 영상미만큼 인천을 담은 작품을 만나기 쉽지 않다.

2년 전 12월, 이 때쯤 인천을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이 케이블을 타고 전국 곳곳에 방영됐을 때, 파급력은 놀라웠다. 이 때부터 인천은 더욱 남녀노소가 찾는 곳이 됐다.

인천영상위원회가 대어를 낚은 작품, 도깨비는 히트 제조기인 김은숙 작가의 대표작이다.

김 작가의 작품 '태양의 후예'는 설명이 필요없다. 이 작품에는 인천의 대표적 관광지를 비켜간다. 그런데 더욱 빛났다.

보통의 드라마에서는 만나기 힘든 서민이 숨쉬는 곳곳이 담겨지며 인천 관광객들에게 가깝게 여겨지는 계기가 됐다.



# 1. '이 곳이 과연'

맞다. 인천에겐 익숙하면서도 낯설지만, 선입견이 강한 곳이 바로 수도권매립지이다.

두 남자주인공의 등장, 작품의 첫 승패를 가름할 이 장면의 배경은 '인천 드림파크 내부도로'이다.

위기에 처한 은탁을 구하기 위해, 쓸데없이 멋졌던 도깨비와 저승사자. 이 장면이 방영된 2회부터 승패는 끝났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가 물심양면 지원하며 수도권매립지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날리려 했다. 7㎞에 달하는 아름다운 메타세콰이어길, 공사의 도움이면 꼭 가볼 곳이다.


# 2. 달달한 헌책

배다리, 지명조차 멋스럽다. 동구 송현과 금창을 잇는 바닷물이 골을 이뤄 지나던 곳, 이 곳에 헌책방이 있다.

도깨비의 지성미를 뽐내는 곳, 헌책방에서의 사랑은 달달했다.

은탁이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지나가는 골목, 그 곳에서 책을 읽는 것인지 보는 것인지 가름할 수 없는 도깨비. 배다리 헌책방과 인근 골목은 전국에서 유명하다.

오래된 책방 골목에는 사진 교육 및 전시, 시 낭송회 등으로 넘실댄다.

헌책방에서 인근 카페에서 책과 커피를 사이에 놓고 사랑을 나눠보는 건 어떨까. 그렇다면 도깨비가 은탁에게 한 쓰담쓰담이 자연스레 나오지 않을까.


# 3. 송도는 기적이다

20년 전, 송도에는 흙먼지만 날렸다. 그 십년 전 이곳은 아예 바다였고, 검은 갯벌을 노래한 시인과 멜로디는 가곡이 돼 지금도 기억된다.

그런 곳이 도깨비의 주요 장면인 '기적'이 이뤄진 곳이다.

버스에 탄 은탁, 그리고 죽음을 목도하는 저승사자. 이를 눈치챈 도깨비의 운명을 거르는 행동, 이 모든 게 송도의 극지연구소와 스마트밸리 사이인 '첨단산업대로 30번길'에서 촬영됐다.

시간의 기적은 어쩜 송도와 도깨비에 같은 상황이다. 하지만 송도는 인간이 빚은 개발의 장밋빛으로 여겨지고, 인간이 아닌 도깨비는 신의 영역을 시간을 빚었다.


# 4. 어디사세요

은탁을 잊지 못하는 934살의 도깨비, 그녀가 닿은 발길이 그가 닿은 곳과 같아진 곳은 바로 중구 인천 아트플랫폼이다.

지금은 명칭이 바뀐 하버파크 호텔에 간접광고 회사의 간판이 달렸지만, 도깨비와 은탁이 걷던 길은 아트플랫폼이다.

일제 강점기, 수탈의 역사를 간직한 붉은 벽돌의 창고들은 이제 문화시설로 활용 중이다.

인천을 대표하고, 대한민국을 이끌 예술가들이 거처하며 작품을 구성하고 완성하는 곳이 바로 인천 아트플랫폼이다.

차이나타운을 지나 인천 아트플랫폼을 거닐어 보는 것도 인천 여행의 백미이다.

/이주영 기자 leejy96@incheonilbo.com
/사진제공=인천영상위원회